200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층 커지면서 새삼 소크라테스의 '산파술(産婆術)'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산파술이란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이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문답)를 통해 학생 스스로 어떤 문제를 터득하게 하는 일종의 교수기법이다.
소크라테스가 학습 방법의 일환으로 산파술을 도입한 데는 가정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소크라테스의 아버지는 석공이었고 어머니는 산파였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자연히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가 하는 일을 자주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어린 그의 눈에는 어머니의 손을 거치면 아기가 태어나고 아버지의 손을 거치면 돌덩이가 사자로 둔갑하는 게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가 그 까닭을 묻자 아버지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기는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란다. 이미 아주머니의 뱃속에 있었어. 다 자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답답하다고 울길래 네 엄마가 아기가 세상 밖으로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것뿐이야. 사자도 원래 돌덩이 속에 살아 있었어. 나는 다만 사자가 돌 속에서 답답하다고 울부짖기에 돌덩이를 깨어 꺼내준 것뿐이란다." 아버지의 이 한마다가 훗날 소크라테스가 '산파술'을 주창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우리는 우연히 듣게 된 교사나 선배의 말 한마디가 훗날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영국의 유명한 작가 윌터 스코트는 어린 시절 공부를 못하는 열등생이었지만, 우연히 듣게 된 칭찬 한마디가 계기가 되어 영국의 계관 시인까지 될 수 있었다.
그의 나이 13세 때 우연히 시낭송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당시 유명한 시인 로버트 번스가 있었다. "이 소년은 장차 위대한 시인이 될 것이다." 번스가 한 말은 단지 그것뿐이었지만, 어린 스코트에게는 그 한마디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용기와 힘을 심어 주었다.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교육적 현상을 보고 '교육의 위기'를 들먹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교육의 위기는 학생들의 소질이나 능력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한 길로 몰아넣는 데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의 소질이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슴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모른 채 일생을 살아간다. 진정한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의 가슴속에서 울부짖고 있는 사자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 사자를 발견하여 한마디 칭찬의 말을 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이연주(소설가·대구정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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