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최근 학력위조사건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보면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소설 주인공의 대단한(?) 권력이 감춰진 거짓과 상대방에 대한 기만으로 '포장에 불과한 쇼'란 사실이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 속에서도 똑같이 드러남이 신기하다고나 할까?

대표적 학력위조 사건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신정아(전 동국대교수) 김옥랑(전 단국대 교수) 씨. 이 두 사람은 예술을 하는 사람(?),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학자(?)로 그 분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이번 학력위조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큰 교훈과 반성의 기회를 잡았다. 과연 이 문제가 개인의 문제, 즉 위조를 한 본인이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문제, 즉 엘리트라면 무한 신뢰하는, 사회적 검증 체제의 부재로 인한 문제일까? 혹은 검증방법의 문제일까?

무엇부터 문제인지 여러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첫째는 우리 사회에 있어서 조선시대의 사대주의(주체성 없이 세력이 큰 나라나 세력권에 붙어 그 존립을 유지하려는 주의)가 이 현대에까지 이어져 오는 안타까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국박사라고 하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무의식적 반응, 그 사람의 실력은 그 학위 하나로 그대로 믿어지는 사회의 그러한 관념 자체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기에 개인이 그러한 기만행위(?)를 서슴없이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둘째, 학력의 위조가 대학교수 임용에까지 이루어진 시점에 과연 다른 기관은 어떻겠는가? 이것은 검증체제가 애초에 잘못된 것이고, 검증방법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분명하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정아 씨 사건으로 사퇴한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 씨와 부적절한(?) 관계란 사실이 드러나고 있고, 그는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자 정통 관료 출신이었으며, 그와 절친한 오영교 동국대총장은 그와 선후배요, 관료생활을 함께한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이다.

이 오묘한 관계가 어디 이뿐이랴. 미국의 명문 중의 명문인 예일대학의 박사학위의 진위 여부 확인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을까? 신정아 씨가 제출한 서류를 그대로 믿고 대학 교수에까지 임용하는 그러한 검증체제, 검증방법에 원초적인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주인공의 최후는 비극적인, 아니 안타까운 결말로 막을 내린다. 학력위조 사건으로 얼룩진 개인들은 잠적하거나. 개인적인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해 버린다.

그리고 그들의 잘못은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잘못으로 그려진다. 그 여파로 한동안 우리 사회는 검증문제로 떠들썩할 것이다. 이 사건이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신뢰할 수 있는 사회,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신승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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