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인 삶의 보고서 '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

소시민들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 서명수 기자.
▲ 서명수 기자.

인민복은 중국 혁명의 상징이다.

20세기 초 닝보의 홍방(紅幇) 재단사가 혁명가 쑨원(孫文)을 위해 만들어 준 옷이 최초의 인민복이다. 인민복은 위로는 마오쩌둥 주석에서부터 당원은 물론 농민공(농촌 출신의 도시노동자) 등 누구나 입었던 '국민복'이었다.

개혁개방은 인민복을 벗어던지게 만들었다. 인민복을 벗어던지자 돈이 벌리기 시작했다. 이제 누구도 인민복을 입지 않는다. 인민복은 50년 이상 천안문 광장을 지키는 마오쩌둥의 초상에서나 볼 수 있는 사회주의의 폐기된 산물처럼 보인다.

매일신문 스포츠생활부 서명수 기자가 쓴 '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아르테 펴냄)은 개혁개방의 거센 파고를 헤쳐 온 중국 인민들의 삶을 그린 보고서다.

중국에서는 일반 서민을 '라오바이싱(老百姓)'이라고 부른다. 개방 정책 이전 중국은 공산당원, 군인, 라오바이싱, 이들 세 부류로 구성된 계급사회였다.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중산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는 '신사회 계층'으로 분화되고 있으나, 지식인이든 기업인이든 그들 역시 라오바이싱이다.

이제껏 라오바이싱은 경제발전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이데올로기의 장막에 가려져 있었다. 라오바이싱의 희생과 좌절, 희망과 꿈에 스포트라이트를 돌린 책은 없었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현대사를 치열하게 살아온 중국인민들에 대한 최초의 리포트인 셈이다.

1부 '라오바이싱, 그들의 삶'과 2부 '라오바이싱, 그들은 누구인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지붕 위의 예술가 장지엔화, 삼륜차 아저씨 티엔, 문화혁명을 넘어온 노부부 교수를 비롯해 자동차로 꾸는 창춘 사람들의 꿈, 티에판(철밥통) 공무원 등 9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2부에서는 경제발전에 따른 라오바이싱의 계층분화, 자본가까지 영입하는 중국 공산당의 변화, 중국인의 현세적인 종교관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또 디산저(第三者) 현상 등 현재 진행 중인 삶의 속살까지 흥미롭게 파헤치고 있다. 디산저는 결혼한 남녀의 애인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고위관리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진 '불륜문화'(?)를 대변하는 단어다.

'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은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국 관련 책 중에서 가장 진솔하면서 그들의 삶의 무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고려대 불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서명수 기자는 지난 2005년부터 1년간 중국 베이징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 연구소의 고급 진수생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그 당시 만난 사람들은 자신에 충실한 도시 소시민들이었다."며 "그들의 현재와 과거, 꿈꾸고 있는 미래가 뭔지 알고 싶어 기록한 것이 이 한 권의 책"이라고 했다. 311쪽. 1만 5천 원.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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