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박사과 따기 참가 "농민들의 땀도 체험"

▲ 지난 8일 매일신문과 농협 경북지역본부가 모집한 우박사과 따기 체험단에 참가한 40여 명의 대구시민들이 포항 죽장면 조봉규 씨 과수원에서 우박사과를 따고 먹으며 조 씨에게 소중한 희망을 선물하고 왔다.
▲ 지난 8일 매일신문과 농협 경북지역본부가 모집한 우박사과 따기 체험단에 참가한 40여 명의 대구시민들이 포항 죽장면 조봉규 씨 과수원에서 우박사과를 따고 먹으며 조 씨에게 소중한 희망을 선물하고 왔다.

포항 죽장면에서 사과농사를 하는 조봉규(53) 씨는 지난 6월 8일을 잊지 못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 양칠숙(50) 씨와 함께 과수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오후 5시쯤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했다.

'후두둑~.' 조 씨 부부가 서둘러 집에 도착한 순간 하늘에서 뭔가가 쏟아졌다. 머리와 팔을 따끔따끔하게 한 것은 우박이었다. 엄지손톱만한 우박이 5분가량 쏟아져 내렸다. 우박이 그치자 조 씨의 머리에 갑자기 과수원이 떠올랐다. 달려가 보니 그의 과수원 4천여 평은 5분 만에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온통 상처를 입은 사과를 보며 조 씨의 가슴은 무너졌다.

"20년 사과농사 지으면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인근 사과밭들도 마찬가지이고요. 동네 어른들은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우박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더욱 정을 쏟았지만 한번 입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사과가 커질수록 우박 맞은 자국이 더욱 선명해졌다. 사과 수확철이 다가오면서 그의 근심은 깊어졌다. 우박사과를 사겠다는 구매자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지난 8일 대구에서 40여 명의 도시민들이 조 씨의 과수원을 찾아왔다. 매일신문과 농협 경북지역본부가 모집한 우박사과 따기 체험단. 조 씨는 이들의 반응이 무척 궁금했다. 우박사과가 상품성이 있는지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였던 것.

사과나무를 헤치며 우박사과를 따던 도시민들은 처음 대구를 떠날 때 했던 생각과 차이가 큰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부 조현정(31·수성구 연호동) 씨는 "정상 사과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왜 우박사과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라고 했다. 한미정(51·여·북구 태전동) 씨도 "사과 맛이 너무 좋아요. 병이 들거나 벌레 먹은 것이 아니어서 이왕 온 김에 몇 상자 사 갈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의성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는 고은택(70·북구 복현동) 씨는 "상처 난 사과가 더 맛있어요. 사람도 상처가 나면 우리 몸은 자연적으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작용을 하지요. 사과도 마찬가지예요.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해 햇빛도 더 맞으려고 하니까 당도가 더 좋을 수밖에요."라고 말했다.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고 먹으며 즐거운 한나절을 보낸 도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우박사과 많이 애용할게요.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조 씨는 "한 줄기 희망을 봤습니다. 하늘이 만든 보조개사과 덕에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의 정을 느끼게 됐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