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早老(조로)현상. 왜?-제도적 요인

"30대 중반이면 창업 준비해야죠"

'사회적 조로'는 조직원들의 연령은 낮아졌는데도 역동성이나 적극성이 커지는 대신 여전히 보수적이고 구태의연한 상태를 일컫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구는 엄밀히 말해 '조로'는 아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기업체 및 공무원 사회에서 간부로 진입하는 연령대가 낮은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에 땀 날 정도로 열심히 뛰어야 할 30대, 40대들이 의욕을 잃고 아는 척, 잘난 척 하거나 '나 정도면 됐지'라는 자기만족에 급급한 자세를 보인다면 그것 역시 조로다. 왜 이런 현상들이 벌어졌을까?

◇ 낮아진 퇴직 연령

30대 후반이면 중견이고, 40대 초반이면 고참이 되는 사회. 사기업의 경우, 40대 초·중반이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임원이 될 수 있을 지, 아니면 일찌감치 다른 우물 파기에 나서야 할 지 귀로에 서게 된다. 특히 지역본부나 지사가 대거 포진해 있는 대구의 경우, 50대 직장인을 찾아보기란 정말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 일부 '장(長)'급 직원들을 빼고는 도무지 나이 든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간혹 건물 주차관리원이나 경비실 직원들은 연세 지긋한 분들인 경우가 있다.

도대체 얼마나 빨리 직장에서 나가길래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중 88개 기업 직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근속연수는 11.7년 정도였다. 포스코가 19.0년으로 1위를 차지했고, 상위 5위권내 기업들은 평균 14~16년 정도였다. 20대 후반에 직장에 들어갔다고 가정할 때 40대 초·중반이면 나와야 한다는 결론이다. 2006년 상반기 기준 매출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는 6.4년에 불과했다.

그나마 남성은 7.6년이지만 여성은 3.9년에 그쳤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장 이상룡 교수는 "벤처 창업에 뛰어드는 연령층이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는데, 이는 과거에는 졸업 후 막바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던데 비해 요즘에는 일정 기간 근무한 뒤 퇴직해서 창업하기 때문"이라며 "30대 중반이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 외환위기 이후 기형화한 인적 구조

외환위기의 칼 바람이 몰아친 지 10년이 지났다. 구조조정 광풍을 용케 비켜나간 사람들은 짧게는 10년차 이상, 길게는 20년차를 바라보는 중견이자 고참 직원이 됐다. 당시 간부급들을 대거 잘라냈기 때문에 생존자들은 중간 간부급 이상으로 빠르게 승진했고, 일정 기간 신규채용이 없다보니 후배들과는 2, 3년의 격차가 생겼다.

때문에 일부 기업의 경우, 한창 발로 뛰어야 할 평사원들은 적고, 과장·차장·부장 직함을 단 중간 간부급들만 소복히 모여있는 항아리 모양의 기형적인 인력 구조를 갖게 됐다.

이런 현상은 잘 나간다는 은행권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은행원 퇴직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중간 간부들이 대거 밀려나고 있는 것. 작년 말과 올 초 희망퇴직 행원 중 차장 이하의 비중이 최고 70%에 달했다.

평균 26세에 입행해 13~15년만에 차장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나이는 대부분 40대 초반 이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의 인력 구조가 중간 간부만 비대한 항아리 모양으로 이들의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며 "앞으로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구조조정이 우려된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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