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보 단일화 실패 내년 총선탓?

막판 시도 무산 배경과 전망

17대 대선에서는 주요 후보나 정당들 간의 합종연횡이 무산됐으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는 후보 간 연대를 성사시킨 쪽이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다. 1997년에는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자민련의 김종필 후보와 연대,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낸 뒤 공동 정부를 출범시켰고 2002년에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뒤 판세를 뒤집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여·야를 망라, 연대 움직임이 계속돼 왔으나 국민중심당 심대평·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만이 무소속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을 뿐 주요 후보·정당들 간에는 가시화되지 않았다. 물론 정치권 인사들의 개별적인 이합집산은 과거처럼 재연됐다.

범여권 경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창조한국당 문국현·민주당 이인제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 노력이 공동정부 구성방안까지 제안된 가운데 선거 전날인 18일 밤까지 계속됐으나 끝내 무산됐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에서는 이날 정 후보가 이인제 후보와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외면당했고, 한명숙 전 총리와 당 중진·원로들·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문 후보를 상대로 단일화를 압박했다.

한나라당 측도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중도 사퇴를 거듭 촉구하면서 막판까지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꾀했으나, 'BBK 동영상' 파문이 터지면서 단일화를 접어야 했다.

연대 무산에는 과거와 달리 이번 대선 직후 총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연대과정에서는 총선 공천문제를 논의해야 하고 이를 둘러싸고 각 정파 간 이해득실을 절충하기가 쉽잖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합종연횡 움직임은 주요 후보들의 대선 득표율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연될 수 있다. 한나라당 경우 이명박 후보가 예상보다 저조한 지지를 얻고 상대적으로 이회창 후보가 선전하게 될 때, 이회창 후보가 신당을 창당하게 된다면 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있다. 보수세력의 분열이 계속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하게 된다면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은 약해지고 이회창 신당은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에서는 정 후보가 예상보다 높은 득표를 하게 될 경우, 강력한 구심력 역할을 함으로써 특히 민주당에 대한 흡인력이 강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저조하면, 범여권 내에서 주도권을 놓고 각 정당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이합집산을 통한 새로운 판도가 형성될 것으로 분석된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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