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범 CCTV '고물' 많다…제역할 못해

대부분 구형…차량 번호판 등 식별 어려워

방범용 CCTV 대다수가 성능이 떨어진 구형으로 사건사고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해 신형 모델로 교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금까지 경북도내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모두 724대. 이 중 90%가 넘는 658대가 통행차량의 종류만 식별할 뿐 번호판이나 운전자의 인상착의는 파악할 수 없는 구형으로 나타났다. 무늬만 방범용 카메라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올 들어 설치된 신형 모델 66대는 통행차량에 대한 순간 촬영으로 번호판과 운전자까지 선명히 확인할 수 있어 범인 검거 '일등공신'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밤 포항 흥해읍 한 가정집에서 기르고 있던 300만 원 상당의 진돗개 한 마리를 자신의 트럭에 싣고 달아난 절도 용의자가 인근 도로변에 설치된 방범용 CCTV에 찍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국도변의 신형 방범용 CCTV를 분석한 결과 용의자의 차량 번호판과 인상착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올 초에도 구미의 한 모텔에서 커피배달 온 여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해 12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강도사건을 도로변 방범용 CCTV가 5일 만에 해결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통해 강도 용의자가 외지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구미지역 7개 나들목 도로에 설치된 방범용 CCTV에 찍힌 차량을 분석해 범인이 탄 승용차를 잡아낼 수 있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방범용 CCTV를 설치하려면 해당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새로 나온 방범용 CCTV 가격이 3천500만 원이나 해 살림살이가 괜찮은 시·군은 도입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지자체에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했다.

경상남도 등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남 합천·거창경찰서는 해당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합천 5개, 거창 12개 등의 방범용 CCTV를 설치했지만 이미 한물간 '구닥다리'여서 사건사고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합천 삼가면에서 발생한 덤프트럭 방화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사건 실마리를 찾기 위해 범행현장 바로 앞에 설치된 방범용 CCTV를 검색했지만 아무런 단서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CCTV에 찍힌 차량 번호판이나 운전자 인상착의조차 알 수 없는 카메라 성능도 문제지만, 경찰서 상황실에서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중앙집중식이 아닌, 카메라 녹화기를 열어 일일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단일저장방식도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입장에서는 지자체들이 카메라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한 대라도 제대로 된 CCTV를 설치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합천·거창 정광효기자 khjeong@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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