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호롱불/김몽선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죄어오는 퀭한 적막 밀어내며 밀어내며

내사마 우얄끼고 타는 속을 우얄끼고

문풍지 바람도 떠는 내 한 생은 절인 심지.

이슬 젖은 싸리 울을 자정 멀리 떠 보내고

와 이레 허기지노 무섭도록 까만 하늘

멍울도 후미진 가슴 쥐어짜서 홰를 친다.

허벅지로 삼아 내는 이 겨레 매운 넋은

핏물 자아 올린 천장 燒紙(소지)로 서성이다

잃은 땅 바람막이에 먼동으로 와 앉는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고, 구멍이란 구멍을 죄 찾아 막곤 해도 엄한의 외풍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문풍지 바람에 떠는 호롱불빛. 불 그늘에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바람을 막고 앉은 여인의 실루엣이 어립니다. 연방 이불깃을 당겨 어린것들을 덮어주는 모습은 이 땅 모든 어머니의 초상입니다.

감탕처럼 휘감겨오는 적막을 애써 밀어내도, 앞앞이 말 못하고 속속들이 애 터질 일은 왜 이다지 많은지요. 속절없는 몇 마디 사투리로 허기를 달래봅니다. 생이란 것이 그저 기름에 절인 심지만 같아서요. 한사코 핏물 자아올리는 물레만 같아서요.

이 땅 모든 어머니의 '타는 속'이 있기에 세상의 싸리 울엔 굵은 밤이슬이 옵니다. 또 그런 어머니의 '매운 넋'이 있기에 춥고 어두운 땅에 다시 먼동은 틉니다. 정초 덕담 삼아, 며칠 전 TV에서 본 조선조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글귀로 마음의 호롱불을 밝힙니다. 三陽載始萬象咸熙(삼양재시만상함희).

박기섭(시조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특별법이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으로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했지만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25일 오후 7시 25분쯤 경북 영주시 안정면에서 공군 F-16 전투기가 야간 비행훈련 중 추락하여 산불이 발생했으며, 조종사는 20m 높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에서 관세 협정 체결 국가들이 무역 합의를 유지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연방대법원의 위법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