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어오는 퀭한 적막 밀어내며 밀어내며
내사마 우얄끼고 타는 속을 우얄끼고
문풍지 바람도 떠는 내 한 생은 절인 심지.
이슬 젖은 싸리 울을 자정 멀리 떠 보내고
와 이레 허기지노 무섭도록 까만 하늘
멍울도 후미진 가슴 쥐어짜서 홰를 친다.
허벅지로 삼아 내는 이 겨레 매운 넋은
핏물 자아 올린 천장 燒紙(소지)로 서성이다
잃은 땅 바람막이에 먼동으로 와 앉는다.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고, 구멍이란 구멍을 죄 찾아 막곤 해도 엄한의 외풍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문풍지 바람에 떠는 호롱불빛. 불 그늘에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바람을 막고 앉은 여인의 실루엣이 어립니다. 연방 이불깃을 당겨 어린것들을 덮어주는 모습은 이 땅 모든 어머니의 초상입니다.
감탕처럼 휘감겨오는 적막을 애써 밀어내도, 앞앞이 말 못하고 속속들이 애 터질 일은 왜 이다지 많은지요. 속절없는 몇 마디 사투리로 허기를 달래봅니다. 생이란 것이 그저 기름에 절인 심지만 같아서요. 한사코 핏물 자아올리는 물레만 같아서요.
이 땅 모든 어머니의 '타는 속'이 있기에 세상의 싸리 울엔 굵은 밤이슬이 옵니다. 또 그런 어머니의 '매운 넋'이 있기에 춥고 어두운 땅에 다시 먼동은 틉니다. 정초 덕담 삼아, 며칠 전 TV에서 본 조선조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글귀로 마음의 호롱불을 밝힙니다. 三陽載始萬象咸熙(삼양재시만상함희).
박기섭(시조시인)



































댓글 많은 뉴스
李대통령 지지율 48.4%로 하락…민주당은 국힘 추격에 '초박빙'
추경호 "대구를 기업이 투자할 수밖에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
안철수 "李대통령, 국민 대출 막더니 사채로 이자 장사"
노태악 '배우자 동행' 해외출장 논란 확산하자…4700만원 선관위 반납
경찰청장 대행 "장윤기 사건, 보완수사권과 연결 안 돼…폐지돼도 달라질 것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