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팝콘/유종인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팝콘/유종인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꽃,

꽃은 열매 속에도 있다

단단한 씨앗들

뜨거움을 벗어버리려고

속을 밖으로

뒤집어쓰고 있다

내 마음 진창이라 캄캄했을 때

창문 깨고 투신하듯

내 맘을 네 속으로 까뒤집어 보인 때

꽃이다

뜨거움을 감출 수 없는 곳에서

나는 속을 뒤집었다, 밖이

안으로 들어왔다, 안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꽃은

견딜 수 없는 嘔吐(구토)다

나는 꽃을 집어먹었다

요컨대 꽃이 '견딜 수 없는 구토'라는 거지. 꽃=구토, 이런 정의도 성립할 수 있구나. 참다 참다 끝내 참을 수 없는 순간, 내 마음 진창이라 아주 캄캄할 때, 어쩔 수 없이 까뒤집어 보여주는 것이 '꽃이다'. 이 단호한 정의. 하긴 그 부드러운 꽃잎이 딱딱한 목질을 뚫고 피어오를 수 있는 건 이 정도의 가열함이 있어야 가능할 터.

꽃의 이 생리를 시인은 팝콘에서 발견했구나. 희고 부드러운 팝콘이 돌보다 딱딱한 옥수수 씨앗에 숨어있었단 걸 누가 처음 발견했을까. 그나저나 팝콘 모양이 꽃을 닮긴 닮았다. 이 지하에는 얼마나 큰 팝콘 기계가 묻혀 있는가. 봄이 되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펑펑 터져 오르던 그 숱한 흰 꽃들, 다 뜨거움을 견딜 수 없어 속을 까뒤집어 쏟아져 나온 것이라니.

장옥관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영주시 바 선거구 시의원 후보 A씨가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되어 논란이 일고 있으며,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이재...
대구 지역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 적체와 거래 실종, 신규 공급 중단, 중개업 붕괴라는 4중 악재에 직면해 있으며, 4월 신규 분양은 0가구를...
서울 한남대교 아래에서 70대 남성이 한강으로 뛰어들어 인명사고가 발생했으며, 구조선박의 접안으로 한강버스의 운행이 지연되었다. 부산 롯데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식에 대한 양해각서(MOU) 초안 승인을 보류하고 조건을 강화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양국..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