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이란 주제를 보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수영복에 얽힌, 내 생애 잊지 못할 치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때는 대학생 시절. 수영을 배우던 나는 강사에게서 제법 잘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남들에 비해 속도가 빨랐다. 하긴, 젊은 대학생이던 나로선 뭐든 못할 게 없었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물 속에 들어가 한창 수영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유형, 배영, 접영 등 할 수 있는 모든 영법을 구사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수영을 하면서 보니, 몇몇 여인들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수영장에는 여자회원들이 훨씬 많았고, 더구나 나처럼 젊은 남자 대학생은 귀했으니까. '저 사람들이 내 실력에 반했나? 수영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었다. '역시~ 내 인기는 어디 가도 식을 줄을 모른단 말야.' 포즈에 한껏 신경을 쓰며 물찬 제비처럼 앞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몇 번을 왕복했던가. 한 여인이 내게 다가오더니 머뭇머뭇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는 것이었다. '뭐야, 반한 거야? 작업 들어오는 거야?' 그 후로도 난 몇 번 레일을 왕복했다. 다시 다가온 그 여인. 부끄러운 듯, 얼굴도 못 쳐다보며 내게 던진 한마디. "저, 뒤에 수영복 찢어졌는데요." 순간 뒤를 만져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물렁한 엉덩이밖엔. 스판 소재로 된 수영복 엉덩이 부분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쫘악~ 찢어져 있었다. 그때부터 식은땀이 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벽에 붙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한 남자가 자기 수건을 가져다줬다. 나는 엉덩이를 감싸며 탈의실을 향했다. 아마도 오래 된 수영복이 삭았었나보다.
그 후로 나는 그 수영장에 발길을 딱 끊었다. 아마도 그 수영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10년 전 그날의 그 사건' 목격담을 무용담처럼 펼쳐놓을지 모른다. 그 주인공이 바로 나다. 하지만 부디 이젠 잊어주시길. 지면을 빌려 부탁해본다.
임동진(대구시 북구 산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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