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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희귀병 '용혈성 빈혈' 앓는 승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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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혈성 빈혈을 앓고 있는 승구는 적혈구가 파괴돼 쉬 피로해진다고 한다. 한참 뛰어놀 나이에 걸핏하면 눕는 승구가 엄마는 안타깝기만 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용혈성 빈혈을 앓고 있는 승구는 적혈구가 파괴돼 쉬 피로해진다고 한다. 한참 뛰어놀 나이에 걸핏하면 눕는 승구가 엄마는 안타깝기만 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적혈구가 깨져서 빈혈이 생기게 되는데요. 네… 어지러워지죠. 그러니까 피를 만드는 데는 이상이 없는데 이후가 문제죠. 현재로선 스테로이드 약을 매일 먹어야 됩니다."

이웃사랑 취재를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용혈성 빈혈'이라는 병명도 마찬가지였다. 용혈성 빈혈을 앓고 있는 초교생 아들의 치료비가 걱정된다며 도와달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 10일. 병명부터 생소해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들은 설명은 그랬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적혈구가 깨져서 어지러움을 느낀다는 용혈성 빈혈. 원인을 알 수 없어 대증요법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적혈구 수치가 심하게 떨어질 경우 수혈을 받아야 한다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처방이었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취재진이 만난 승구(가명·13)는 평범한 초교생이었다. 학교 다녀왔다며 들어오는 저 소년이 환자가 맞나 싶은 생각이 스쳤다. 인사를 나누면서도 어디가 아픈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소년이 익숙한 듯 두툼한 약봉지를 입에 털어넣는 순간 '아프긴 아프구나' 싶었다.

'용혈성 빈혈'을 앓는 승구는 아토피 환자나 운동선수와 관련된 약인 줄 알았던 '스테로이드'를 초교 1학년 때부터 먹어왔다고 했다. 하루 세번, 끼니처럼 먹어왔다고 했다.

엄마 이성윤(가명·46)씨가 용혈성 빈혈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건 승구가 여섯살 때였다고 했다. 코피도 자주 흘리고 쉽게 드러누우려는 승구가 이상했지만 자신도 빈혈이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생명을 위협하는 빈혈이 될 수도 있으며 비장을 들어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이 뒤따랐다고 했다. 그제야 승구의 몸상태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등바등 살아왔던 시간들이 후회스러웠다고 했다. 제 핏줄의 상태를 모르고 있었다는 자책도 물론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진료비였다. 지금은 같이 살지 않지만 아빠는 경제적으로 무능했다는 게 이씨의 전언.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으로 밥벌이에 나섰던 엄마는 아빠의 술주정에 지쳤었다고 했다. 일하러 나가지 않는 것까지는 참을 만했지만 자신의 일까지 방해해 일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빚은 쌓여갔고 살림은 하나씩 사라져갔다. 남편과 갈라서면서 살림은 더 힘겨워졌다. 자신도 빈혈로 쓰러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몸도 쇠약해져 승구의 진료·검사비 중 돈이 많이 드는 항목은 아예 포기해야 했다. 심지어 2005년 겨울에는 5개월간 교회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 주위의 도움으로 지난해 초부터 살게 된 곳이 현재 살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다.

지금도 한번 입원하면 열흘씩 학교를 빠져야 하는 승구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게 너무 슬퍼서, 병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주기위해서라고 했다. 학교에서 뛰어놀다 왔다며 엄마에게 이부자리를 청하는 승구. 끼니처럼 약을 먹어야 하고 조금만 뛰면 머리가 어지러운 자신의 처지가 아무리 답답해도 의사가 되려면 누워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승구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옆에 같이 눕거나 머리를 감싸고 기도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저희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 대구은행 ㈜매일신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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