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가 9월을 위기라고 했나?…금융시장 급속 안정

미국발 훈풍(미국 정부가 신용위기를 불러온 대형 모기지업체 2곳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계획 발표)이 불어왔던 8일, 대구시내 각 증권사 지점에는 "주식을 사야될 때가 왔지 않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해도 한숨만 쉬던 고객들이 생기를 찾은 것이다.

올들어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인 증시 전광판을 보면서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8일 코스피지수의 상승률(5.15%)은 엄청난 기세로 빨간침을 쏘아올렸던 지난해 8월20일(5.69%) 이후 최대였고, 코스닥지수도 올 2월4일(4.21%)에 이어 연중 두번째로 큰 상승률이었다.

외국인들이 자꾸만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가파르게 올랐던 원/달러 환율도 10년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9월 위기설이 완전히 나가 떨어졌다", "우리 경제에 한가위 보름달이 떴다" 등의 목소리가 이날 쏟아졌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아직 약하다"며 추세의 전환은 오지 않았다는 경계론을 펴고 있다.

◆위기는 일단 벗어난듯

8일 금융시장을 볼 때 위기설은 일단 잠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식가격, 원화값, 채권가격이 동시에 하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호전 조짐을 나타낸 것이다.

증시의 경우, 8일 코스피지수가 72.27P(5.15%) 폭등한 1,476.65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올들어 두번째로 사이드카(과열 양상을 보일때 프로그램 매매가 5분간 정지되는 것)까지 발동되면서 폭등을 막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보름동안 줄기차게 주식을 외국인들까지 보름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개미들이 주로 몰려있는 코스닥시장 역시 8일 지난 주말에 비해 17.47포인트(3.95%) 상승한 459.42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크게 내렸다.

8일 우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6.4원 폭락한 1,081.4원에 마감됐다. 이날 하락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4월 7일의 38.00원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대치다.

원/달러 환율은 8일까지 3거래일 연속 급락하면서 1,100원대가 완전히 무너졌다.

채권 금리도 8일, 나흘째 하락했다.

8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말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5.84%로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5.76%로 0.04%포인트 내렸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5.91%로 0.05%포인트 하락했다.

트리플 약세 완화 현상은 금융 시장 안정을 대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모기지 업체들에 대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상당 부분 가신 때문이다.

◆추세가 바뀌었나

8일 주가가 폭등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등 오랜만에 금융시장이 기운을 차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추세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안정 궤도로의 진입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보름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그 규모는 79억원에 머물렀고, 9일엔 다시 장초반 매도 우위로 바뀌었다.

진병용 대구은행 경제연구소 본부장은 "신용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재정 투입을 통해 불끄기에 나서면서 위기설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은 맞다. 때문에 8일 증시가 상승하고 환율이 내렸다. 하지만 우리 경제를 둘러보면 어느 것 하나 좋은 것이 없다. 소비, 투자, 수출 등 여러가지 변수들을 분석해보면 경제의 기초체력이 매우 약하다. 추세를 완전히 '우상향'으로 돌려놓을만큼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추세 전환은 아직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국 모기지업체 부실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적 부동산 경기 침체가 반전되어야 신용위기도 해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추세가 완전히 전환되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8일 "9월 위기설의 현실성은 없지만 금융불안 양상 자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와 건설사 등 경제 주체들이 이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창곤 굿모닝신한증권 대구지점장은 "증시도 추세전환이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코스피지수가 1,470~1,550에서 횡보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바닥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상승기 이후 조정이 온다면 이제 주식을 사야할 때라고 보면 되고 펀드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더욱이 연기금도 활발히 시장을 받쳐주고 있는 터라 금융주·수출주 등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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