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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伯樂(백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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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월街(가)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하루가 시작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금융계를 주무르며 난공불락의 요새를 자랑하던 월가가 이제 지구촌의 문제아로 떠올랐으니 이런 역사적 大反轉(대반전)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매일 아침, 금융 정보 한 토막이라도 주워들으려고 월가에 귀 기울여 온 투자자들은 쏟아지는 비명에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세계 최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월가 금융계 CEO와 투자자들,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은 하루아침에 '탐욕의 화신'으로 낙인 찍히며 세계인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제 부통령'이자 마에스트로(거장)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예외없이 책임론에 휩싸였다. 미 의회와 행정부가 엊그제 합의한 7천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도 미국 의회에서 부결된 것을 보면 미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월가는 세대교체가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월가는 지금 伯樂(백락:천리마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명인) 찾기에 혈안이 돼있다. 인재 등용에 있어서 백락의 중요성은 이미 중국 당나라 때 韓退之(한퇴지)가 일갈해 놓았다.

"세상에 백락이 있은 연후에 천리마가 있으니,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늘 있지 않다. 천리마는 한 번 먹는 데 곡식 한 섬을 해치운다. 그런데 마부가 이를 모르고 배불리 먹이지 않으니 어찌 천 리를 달리겠는가. 그리고는 천리마를 곁에 두고 '천하에 좋은 말이 없구나!' 하니 슬프다, 진정 말이 없는 것인지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

불행하게도 월가의 비극은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분명 우리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길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할 입장이 아니라면 우리도 뭔가를 바꾸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도 미국 자본주의의 성실한 추종자이자, 훌륭한 복사판인 한국경제는 지금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가. 본진이 불타고 있는데 우리는 그 후폭풍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변화의 바람은 거세게 불 것이다. 정작 백락이 필요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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