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행복을 찾아서

1930년대, 미국 최악의 암흑기였던 경제 대공황 시기.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아이들에게 우유 사줄 돈도 없다. 아이들은 못 먹어 병에 걸려 신음하고, 부둣가의 일거리도 줄어들어 늘 빈손으로 돌아와야 하는 가장 제임스 J. 브래독(러셀 크로우). 그는 왕년의 권투선수다. 그렇지만 온몸에 상처다. 주먹뼈도 부서지고, 갈비뼈도 시원찮다. 몸뚱이 하나뿐인 그가 사각의 링에 오른다.

모든 사람들은 그의 패배를 점친다. 나이도 들고, 못 먹어 비실비실하는 퇴물 복서가 젊은 챔피언을 이기기는 역부족이다. 기자들이 그에게 묻는다. 왜 싸우려고 하느냐? 그는 '우유'때문이라고 짧게 말한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링에 오르는 가장의 감동적인 스토리,'신데렐라맨'이다.

제임스 J. 브래독은 역사상 가장 놀랍고도 경이적인 스포츠 전설로 남아있다. 집세조차 내지 못할 형편에 정부의 보조를 받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그가 링에 복귀해 꿈을 이룬 감동 실화다. 그의 불굴의 투지는 당시 힘겹던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가 경기 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개처럼 밥을 먹는 장면은 특히 가슴을 아리게 한다.

불황을 딛고 희망을 일궈낸 이야기들은 늘 감동스럽다. 윌 스미스 주연의 '행복을 찾아서'는 1980년대 경제난이 배경이다.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지만 한물간 의료기기는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세금을 못 내 자동차까지 압류당하는 상황에서 아내마저 떠나고 만다. 지갑에 남은 전 재산은 달랑 21달러 33센트뿐. 쉼터에서 제공되는 수프로 끼니를 때우고 공중화장실 세면대에서 아들을 목욕시켜야 했던 절박한 상황에서도 그는 밤을 새우며 독학해 월 스트리트에서 가장 성공적이던 투자사였던 '베어 스턴스'에서 일하게 된다.

'행복을 찾아서'는 크리스 가드너의 실화이다. 최 극빈을 딛고 그는 투자사 '가드너 리치 앤드 컴퍼니'를 설립해 백만장자가 되었다. 현재 그가 보유한 자산은 1억8천만달러로 평가받고 있으며, 수많은 자선단체에 고액헌금을 해 자신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한다.

세상 살기가 너무 힘든 그가 좁은 공중화장실에서 아이를 안고 흐느끼는 장면은 특히 가슴 찡하다.

가드너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아들에게 "절대 꿈을 잃지 말라"고 가르친다. 나폴레옹은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이 손 안에 있다. 그것은 '희망' 이다"고 말했다. 절벽의 끝, 사각의 링에서도 버티게 하는 것이 희망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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