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되살아나는 수돗물 공포'

낙동강에서 발암의심물질인 1,4-다이옥산이 검출된 지 9일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높은 오염도를 보여 시민들의 식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환경당국은 낙동강 본류 왜관철교 지점의 다이옥산 농도는 낮아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매곡·두류정수장 원수(原水)의 농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환경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농도 높아지면 제한급수=19일 왜관철교 지점의 1,4-다이옥산 농도는 42.36㎍/L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14일 79.78㎍/L에 비해 크게 떨어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50㎍/L) 이하로 내려섰다. 그러나 매곡정수장의 원수에서 검출된 다이옥산 농도는 19일 오후 6시 69.7㎍/L까지 치솟아 지난 1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수된 물조차 권고치를 넘은 54㎍/L까지 수치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매곡정수장 원수의 1,4-다이옥산 농도가 75㎍/L를 초과하면 각 정수장 가동을 중단하고 제한급수에 들어가고, 80㎍/L 이상이면 매곡, 두류정수장의 수돗물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곡, 두류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주민들에게는 '주민행동요령'을 홍보했다. 상수도본부 측은 "1,4-다이옥산은 물을 5분간 끓였을 때는 60%, 10분간 끓였을 때는 90% 이상 제거된다"며 "물을 꼭 끓여서 마셔달라"고 당부했다. 매곡, 두류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지역은 달서구 17개동과 북구 13개동, 중구 7개동, 서구 19개동, 달성군 8개 읍·면, 칠곡군 2개면, 창녕군 2개면 등이다.

대구지방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 손동훈 과장은 "지난 14일에서 16일 사이 78.79㎍/L까지 치솟았던 물이 이제서야 매곡, 두류정수장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오염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며 "앞으로 2, 3일 정도 더 지나면 농도가 떨어진 물이 도달할 수 있어 다이옥산 수치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낙동강 왜관철교에서 매곡정수장까지의 거리는 하류쪽으로 23㎞ 떨어져 있어 농도가 떨어진 물은 가뭄으로 느려진 유속을 감안할 때 3, 4일 정도 지나야 이 거리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합섬업체 관리 필요=낙동강의 다이옥산 수치가 기준치(50㎍/L) 이하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앞으로도 수질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다. 14일부터 다이옥산 수치를 낮추기 위해 합섬업체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자체 저장토록 하는 등의 임시방편을 취하고 있다. 이후 업체들마다 저장하고 있는 다량의 폐수를 한꺼번에 낙동강으로 배출한다면 또다시 다이옥산 농도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

현재 구미·김천지역의 합섬업체는 모두 9곳으로 폴리에스테르 제조공정의 부산물인 1,4-다이옥산의 배출을 피할 수 없다.

환경청 관계자는 "관련 업체들에 저장된 폐수를 낙동강으로 배출하지 않고 처리업체에 위탁해 처리하도록 당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대구 3개(처리용량 290t), 부산 8개(570t)의 위탁처리업체 명단을 관련 업체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수계의 수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합섬업체의 폐수방출에 대한 장기적·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식수원으로 활용되는 하천 중 낙동강을 제외하고는 다이옥산을 배출하는 합섬업체가 있는 곳은 없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단순히 폐수 방류량을 일시적으로 줄이고, 물을 흘려보내 희석시키는 수준의 임시방편으로는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다이옥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폐수 위탁처리를 법제화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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