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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어떤 나무」/ 황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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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세상에 출몰하지 않으려고

배에 돌을 달고 물 속에 뛰어든 사람

그 중엔 밧줄 풀어져

막 풀어진 눈으로

세상 다시 구경한 사람도 있다.

안부 궁금하다.

한 오백 년 살며

몇 차례 큰 수술하고

사람 머리보다 더 큰 돌덩이 여럿 배에 넣고

넉넉하게 서 있던 나무

제주 애월에선가 만난 팽나무.

그 몸으론 어디 뛰어들어도

되떠올라 어리둥절할 일 없으리.

어느 날 돌덩이들만 땅에 내려

어리둥절하리.

죽음과 마주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시인은 먼저 청춘이 다가가기 쉬운 죽음의 방식에 대해 말한다. 아마 시인이 젊은 날 노트에 적어 놓았던 우울한 자살론이 아니었을까. "다시는 세상에 출몰하지 않으려고/ 배에 돌을 달고 물 속에 뛰어든 사람"이란 시인의 젊은 초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제 죽으면 돌을 놓치는 일 없이 아니 그 돌만 온전하게 지상에 내려보내고 바다 저 아래 고요히 잠들리라는 팽나무가 적는 '사자의 서'! 나무의 본질이라 할 우주목의 진면목인 넉넉함과 부드러움이 먼저 느껴진다. 팽나무가 배 속에 넣었던 돌덩이란 바로 딱딱한 생각 또는 고집불통의 앎 따위로 성급하게 치환해 보면 저 팽나무의 죽음이란 바로 앎마저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고 태어날 때 그대로 순수심연으로 되돌아가려는 도정처럼 보인다. 아, 그렇다면 죽음이란, 문자 그대로 누군가에게 열반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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