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절름발이' 표현 쓰지말아 주세요…장애인 차별 언어 심각

지체장애인 A(51)씨는 신문에서 '절름발이 행정'이란 표현을 보면 속이 상한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 B(39)씨는 지난해 말싸움 도중 '×× 육갑 떤다'는 말을 들은 후 언쟁에는 끼지도 않는다. 이들이 예민한 걸까? 표현이 잘못된 걸까?

국립국어원이 중앙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임영철)에 의뢰해 지난 17일 발간한 '장애인 차별 언어의 양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일상 속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 중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말이 많았으며 특히 인터넷에서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비장애인 358명(20대 247명·40, 50대 111명)에게 장애인 권익 보호 단체 및 관련 협회의 보고서 등을 통해 얻은 차별적인 표현을 들려주고 장애인 차별성 유무를 조사한 결과 독립된 단어로 쓰였을 때 차별성이 가장 높았다. 예를 들어 그냥 '벙어리'라는 언어에 대해서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말이라고 응답했으나, '꿀 먹은 벙어리' 같은 표현에서는 그다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차별성 정도는 ▷높은 부류(병신, 저능아, 무뇌아, 앉은뱅이) ▷그다지 높지 않은 부류(난쟁이, 절름발이, 벙어리, 정신박약자) ▷상대적으로 낮은 부류(장님, 장애자, 농아인, 맹인)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됐다.

속담 및 표현 중에서는 '×× 육갑한다'가 차별성 정도 3.36(최고 4.0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상인 못지않게'(3.20)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꿀 먹은 벙어리'는 차별성 정도가 2.43으로 가장 낮았다. 대중매체별로는 인터넷의 장애인에 대한 언어사용이 '가장 배려 없음'(38%)으로 응답해 가장 높았으며 텔레비전(31.5%), 신문(28.4%), 라디오(26.4%) 순이었다.

이번 연구를 주관한 중앙대 임영철 교수는 "우리말이 보다 사회 통합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언어 순화 범위를 비유적인 표현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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