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토요일 대구방천시장. 주말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연인인 듯해 보이는 관람객들만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실 역시 그 공간이 너무 좁고 환경이 열악하여 창작에 전념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 전시된 작품도 생생한 활어가 아니라 소금기가 잔뜩 배인 선어 일색이다. 벌써 세월의 때가 배어있는 작품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솔직히 시장 상권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기엔 그 행색이 너무 초라하고, 이 정도의 성과로 낙후된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엔 왠지 역부족인 듯해 보인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6월 말을 기점으로 이곳에서 철수한다고 한다. 남는 팀은 2팀 정도. 방천시장의 '반짝 잔치'가 막을 내리면 시장은 예의 평온한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통영 동피랑에서 본 벽화의 감동과 그 이후의 기적이 이곳에서 재현되리란 기대는 불가능해 보인다. 아니 이런 식으로 끝나버린다면 방천시장은 결국 2009년 6월 30일에 그 지력을 다해 버리는 화전(火田)으로 전락해버릴 뿐이다. 부동산 열풍이 잠시 수그러든 자리에 그럴듯한 씨를 뿌리고 서둘러 싹을 틔운 다음 자본과 행정이 한계에 다다르면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버리는, 그런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유농예술. 미(美)는 느리고 지속적인 열병(熱病) 위에서 출발해 그 결과물이 중첩적으로 쌓이고 쌓여 비로소 하나의 예술로 완성된다. 그 고되고 항구적인 노력의 흔적이야말로 놀이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렇게 완성된 놀이의 흔적과 가치는 마땅히 존중되고 보전되어야한다. 삶의 본질, 그 깊은 궁극에 감동을 주어야 할 예술가들을 결코 화전민으로 만들지 말아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광훈 시민기자 ilban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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