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금복주는 요즘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새로 나온 참소주 모델로 인기 절정의 가수 손담비를 내세웠는데 '손담비 효과'가 폭발, 대학가를 중심으로 참소주가 '담비주'로까지 불리며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그런데 여기까지는 좋았다. 미래의 주력 고객인 젊은층이 참소주는 아는데 금복주는 잘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을 상징하는 CI(Coprate Identity)가 퇴색하고 브랜드 이미지인 BI(Brand Identity)만 살아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BI를 살리기 위해 창업주가 이름을 지어낸 금복주를 버리나? 그리고 회사 이름을 '참소주'로 바꿔야하나? 금복주는 고민에 빠지고 있다.
#대구 북구 유통단지내 유명 아울렛인 올브랜의 법인 명칭은 (주)덕림이다. 얼마전까지 올브랜에서 옷을 사고 카드를 그은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올브랜에서 옷을 샀는데 덕림은 뭐야?"
올브랜은 올브랜이라는 브랜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카드회사 등과 협조해 덕림이 아니라 카드매출전표에 올브랜이 찍히도록 했다.
올브렌은 최근엔 법인 명칭을 덕림에서 아예 올브랜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중이다. CI가 아니라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BI가 더 먹힌다는 것이다.
BI(Brand Identity)에 심혈을 기울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 거액을 들여 CI 교체에 열을 올리던 기업들이 최근엔 BI를 알리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특명! 'BI를 살려라'
CI는 회사를 알리는 것이다. 삼성, LG, SK 등 회사를 상징하는 이미지 구축 작업이 CI다.
이와 달리 BI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브랜드 에니콜, 현대차의 대표 브랜드 소나타 등은 BI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업들이 독특한 BI를 살려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명까지 아예 브랜드 명칭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MP3플레이어로 유명한 레인콤은 최근 주총에서 10년간 쓰던 사명 대신 '아이리버'를 선택했다. 아이리버는 레인콤의 대표 브랜드로 시장에서 레인콤보다 인지도가 더 높다. 미국, 중국, 홍콩, 일본 법인도 이미 '아이리버'라는 이름으로 진출한 상태다.
남영L&F도 지난 3월 주총을 열고 '남영비비안'으로 법인명을 바꿨다. 비비안은 남영의 대표 브랜드. L&F는 란제리 앤드 파운데이션(Lingerie and Foundation)의 줄임말로 브랜드보다는 제품군을 강조하려 사용했던 이름. 일반 란제리 제품 뿐만 아니라 파운데이션(보정속옷)도 판매한다는 의미에서 L&F를 사용했는데 비비안과 잘 조화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비비안이라는 익숙한 브랜드명을 다시 살려냈다.
요즘 최고의 인기 화장품 브랜드로 떠오른 설화수. 설화수를 쓰는 사람들은 '설화수'를 잘 알지만 설화수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퍼시픽을 강조하기보다는 설화수를 더욱 살려내고 있다. 브랜드 로고(BI)도 한자(雪花秀)에서 영문 'Sulwhasoo'로 바꿨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KTF도 BI경쟁을 벌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브로드앤인터넷', '브로드앤전화', '브로드앤IPTV' 등 'broad&(브로드앤)'이라는 BI를 만들어냈다.
KT는 이에 맞서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펴면서 'QOOK'을 만들어냈다. 기존 메가패스, 메가TV 등 개별 서비스 브랜드를 'QOOK(쿡)'으로 통합한 것이다.
◆정말 BI가 중요할까?
1990년대 초까까지 국내 맥주 시장의 1위는 OB맥주였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대역전극이 벌어졌다. 만년 2위 조선맥주가 하이트라는 브랜드 이름과 회사 이름을 일치시키면서 시장 1위를 뺏어낸 것이다.
하이트는 '물이 다른, 물이 좋은' 맥주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 하면 하이트, 하이트 하면 천연암반수를 떠올리도록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냈다. 그리고 1998년엔 잘 알려진 하이트 이미지를 내세워 '조선맥주'라는 회사 간판까지 '하이트'로 바꿔 달았다.
금복주 김석 홍보담당 상무는 ""고객은 시장에서 기업 이름이 아닌 브랜드 이름과 접촉한다. 그만큼 브랜드명이 소중한 것이다. 금복주도 수억원을 들여 최고의 모델을 쓰는 등 BI 알리기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공한 브랜드를 내세워 회사 이름까지 바꾸려고 할 때 고려해야할 점도 지적되고 있다. 특정 브랜드 이름으로 회사 이미지가 고정돼버리면 사업영역이 확장됐을 때 회사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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