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유머] 지존무쌍(至尊無雙)

어느 유식한 대학 교수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 때마침 승객이라곤 한 사람밖에 없어서 배를 타고 가는 사람이라야 머리가 희끗희끗한 교수와 '책가방'과는 애초에 거리가 멀어 보이는 순박한 뱃사공 둘뿐이었다.

교수는 심심하던 차에 무식한 뱃사공을 놀려줄 요량으로 농담을 건넸다. "여보 뱃사공! 당신은 철학이 무엇인지 아시오"라고 물었는데 사공이 당연히 모른다고 하자, 교수는 "허허 인생의 3분의 1은 헛살았군"이라며 혀를 찼다. 교수는 잠시 후 또 질문을 던졌다. "그럼 문학은 좀 아시오?"

사공은 역시 모른다고 했고, 교수는 "허허 인생의 절반을 헛살았군…"이라며 측은한 눈길을 보냈다. 그때 갑자기 돌풍이 불어 물결이 사나워지면서 나룻배가 뒤집힐 형편이 되었다.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모르는 교수에게 이번에는 사공이 물었다. "교수님은 수영을 할 줄 아십니까?"

교수가 난처한 표정으로 "수영을 배우지 못했다"고 하자, 사공의 일갈인즉 "아이고 인생을 몽땅 헛살았군!"이었다.

뱃사공 얘기를 하나 더 해본다. 어떤 싱거운 남자가 처녀 뱃사공이 운행하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한다는 말이 "여보 당신은 이제 내 마누라요"라는 것이었다.

처녀 뱃사공이 왜냐고 물으니 "내가 지금 당신 배 위에 있지 않소"라며 엉큼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배가 맞은편 강가에 도착해 남자가 배에서 내리는 순간 이번에는 뱃사공이 "아들아 잘 가거라"며 손을 흔들었다. 남자가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자 처녀 뱃사공은 "방금 내 배에서 나갔지 않소"라며 고소하다는 표정이었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는 게 세상 이치이다.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세계자장가대회가 열렸다. 다시 말하면 어린아이 빨리 재우기 시합이었다. 유럽과 미주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이 모여들어 저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며 요람에 누운 아이가 잠이 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이들은 눈만 더 말똥말똥해질 뿐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등장한 선수는 대한민국 어느 산간 벽촌에서 온 이빨이 반쯤 빠진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아이 재우기는 서양식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단 요람에서 아이를 무릎에 내려다 엎었다. 그리고는 등을 장단 맞춰 두들기면서 "쟈쟝쟈쟝 우리 아가 쟐도 쟌다 우리 아가…" 어쩌고저쩌고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반복해서 중얼거리는데, 맙소사 아이가 금세 새근새근 잠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정말 고수는 따로 있다.

세상에서 입이 가장 크다고 자부하는 개구리가 있었다. 그 개구리는 자신의 큰 입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었는데, 마침 입이 작은 손님이 입이 큰 손님의 때를 밀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 목욕탕을 발견했다.

개구리는 공연히 헛기침까지 해가며 목욕탕에 들어갔는데, 자기보다 입이 큰 메기가 욕탕 안을 헤엄치고 있지 않은가. 개구리는 속절없이 메기의 등을 밀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성형외과를 찾아 메기보다 약간 더 크게 입을 찢는 수술을 받았다.

얼마 후 개구리는 보무도 당당하게 다시 목욕탕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악어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며 자원봉사자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개구리는 온종일 비지땀을 흘리며 울퉁불퉁한 악어의 등을 밀어줄 수밖에 없었다.

열 받은 개구리는 다음날 성형외과를 찾아 음식을 먹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 최대한 입을 찢었다. 그리고는 수술 부위가 아물기가 무섭게 다시 그 목욕탕을 찾았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이번에는 하마가 눈을 반쯤 감은 채 욕탕에 앉아 졸고 있지 뭔가.

개구리는 온몸에 진기가 다 빠지도록 하마의 등을 밀고 어스름 녘이 되어서야 목욕탕을 나왔다. 오기가 생긴 개구리는 이튿날 다시 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개구리는 다시는 목욕탕에 나타나지 못했다. 입을 있는 대로 다 찢는 수술을 받던 중 사망한 것이었다.

돈과 명예와 권력과 건강을 모두 누리며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인간은 안분지족(安分知足)을 모르고 불나방처럼 돈과 권력을 탐닉하다가 기어이 제 몸을 태우고야 마는 것이다. 제딴에는 재력이나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리고 날뛰던 인간들의 말로를 역사는 준엄하게 지적하고 있다. 小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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