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in 여성]무료 노래 봉사하는 가수 김수씨

김수(45'여'대구 북구 침산3동)씨는 그냥 노래 부르는 게 좋았다. 그 무대가 구청 행사나 칠순잔치, 각종 이벤트 등 '돈이 되는 곳'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 노인시설을 찾아 맛깔나게 노래를 부르는 것도 그녀에겐 즐거움이다.

"무료로 노래봉사를 하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제 노래를 듣고 박수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짜릿해요.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잠시나마 남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구나'라고 느껴져 힘이 솟죠.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어요."

그녀는 젊었을 때 취미로 노래를 즐겼다. 틈틈이 MBC가요콩쿠르 등 몇몇 노래대회에 참가하는 순수 아마추어였다. 그런 그녀가 '행사가수'로의 길을 걸은 것은 8년 전쯤 자신의 이름으로 가요교실을 열고부터다. 그 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서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청이 왔고 어느새 가수는 그녀의 천직이 됐다.

김씨를 보면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사자성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녀의 남편 오혁환(49)씨도 침산동에서 '오대장'으로 통할 만큼 마당발이다. "신혼 때부터 청소년회장이나 방범대장, 하나회 회원 등 각종 민간단체나 봉사단체에 들어가 줄곧 활동을 하고 있죠. 그를 모르는 동네 사람이 없어요." 침산동에서 통닭집을 1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도 궂은 일을 도맡다시피했다는 것.

"남편이 엄청 부지런한데, 아무래도 어머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머님이 문경에서 15여년간 부녀회장을 했거든요. 저도 그런 남편의 영향을 받아 봉사하는 데 눈을 뜬 것 같아요." 그녀는 처음엔 그런 남편이 정말 못마땅했다. 돈벌기도 바쁜 시기에 별 실속도 없는 봉사활동에 나가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남편을 따라 몇 차례 행사나 봉사활동에 참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방범부녀회에 가입하는 등 동네 행사나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것.

자신의 주특기인 '노래'로 봉사를 한 것은 4년 전쯤. 지인을 통해 문화예술봉사단 서상복 단장을 알게 된 이후다. "그분은 전신마비라는 장애를 겪고 있는데도 어디든지 요청이 들어오면 봉사를 가거든요. 부인 또한 갑상선 질환으로 몸이 안 좋은데도 같이 불우시설을 찾아 성심성의껏 봉사활동을 해요.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감탄을 했죠. 저렇게 불편한 몸으로 쉽지 않은 봉사활동을 펴는데 신체 멀쩡한 우리는 왜 못하느냐는 자책감 같은 것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그녀는 불우시설 등에서 요청만 들어오면 봉사단원들과 함께 무조건 찾아갔다. 일주일에 최소 한 차례는 기본이고 5월 가정의 달에는 수시로 불려나간다고 한다. 김씨는 "행사 참여의 절반 이상은 무료 노래봉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6개월 전부터는 주변에 알고 지내던 통기타 가수들과 모여 '사랑꾸러기-7봉사단'을 결성했다. 10여명 정도가 한달에 한차례 지하철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 등 공공장소를 찾아 합주를 하고 그때 모인 성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있다.

김씨는 가수로서의 열정도 여전하다. 매일 집에서 1시간 정도는 꾸준히 음악이나 인터넷을 통해 노래부르기를 연습하고 있다. 더욱이 1년 6개월 전부터는 피아노와 장구 등도 배우고 있으며 얼마 전부터는 기타에도 손을 대고 있다. 가수라고 해서 노래부르는 것에만 국한되니까 왠지 도태되는 느낌 때문이다.

"저는 뭐니 뭐니 해도 가수잖아요. 가수로서의 능력을 꾸준히 키우면서 봉사 영역도 앞으로 점차 늘리고 싶어요. 제 노래를 즐겁게 들어주는 이라면 누구든 대환영이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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