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이 정국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여야 모두 핏발이 섰다. 사정이 다급한 쪽은 여당이다. 햇수로 2년째 끌며 판을 키워버린 데다 조중동의 전폭적 지원사격까지 받는 터여서 물러설 수 없는 외통길에 서 있다. 돌아가는 판세로 보아 금명간 우당탕 밀어붙일 태세다.
여야의 입법전쟁은 산으로 올라갔다. 최전선에는 MBC와 조중동이 전부다. 미디어법이 나오는 그 즉시 MBC는 조중동이나 대기업의 밥이라고 민주당은 몰고 있다. 신문과 대기업의 지분 참여를 제한한다 해도 이들이 손잡으면 간단하게 먹히고 만다는 것이다. 정부 여당의 숨은 의도도 여기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언론의 나팔수, 삼성 LG의 사내방송 전락을 막기 위해 공영방송 MBC를 지켜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한결같은 소리다. 여당이 물러서서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채널이 생기는 2012년까지는 신문의 방송 진출을 계속 묶어 KBS MBC SBS 기득권을 인정하자고 해도 듣기 싫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도 물어보고 싶다. 솔직하게 말해 미디어산업 육성만이 전부인가. 야당이 주장하듯 다른 노림은 없나. 지난번 PD수첩 제작진의 이메일이 까발려졌을 때 청와대 대변인은 MBC를 향해 있는 대로 퍼부었다. 지난 정권서의 묵은 감정에다 현 정권 들어서도 여전한 편향성에 단단히 열 받고 있는 여권 불만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 것이다.
조중동은 미디어법에 앞장서면서 여론의 다양성을 대의명분으로 떠들고 있다. 세계는 신문 방송 겸영이 대세고 3사만이 지상파를 독점하는 우리 방송 체제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 일리 있다. 30년 전 방송법에 기댄 철옹성을 허물어 다양한 채널 시대를 맞아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맞는 것이다. 그런데 여론의 다양성을 말할 자격이 조중동에 있는가.
조중동은 지방을 누비며 5만 원, 10만 원짜리 상품권은 예사이고 지폐까지 뿌려 대고 있다. 반 년씩 1년씩 공짜 신문은 기본이다. 경품과 공짜 신문을 합쳐 1년 구독료의 20%를 못 넘도록 한 신문고시를 깔아뭉개는 더러운 호객 행위다. 법이 있건 말건 막강한 재력을 동원해 지방 신문시장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2004~2007년 4년간 공정거래위가 적발한 신문고시 위반 537건을 살펴보면 조중동 3개 신문이 445건이다. 조중동에게는 서슬 퍼렇던(?) 참여정부 아래서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배짱들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완전 자기들 세상이다. 지난달 한 언론단체가 서울지역 조중동 판매지국 각 30곳을 표본 조사해 보니 신문고시 위반이 98.9%였다. 공정거래위 단속 따위는 손톱에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다.
불법적 판촉 공세로 전국 대부분이 조중동 손아귀에 넘어간 지 오래다. 서울 유통 재벌들이 어린아이 팔 비틀듯 지방 상권을 싹쓸이하는 현상이나 매한가지다. 이대로라면 겨우 두세 군데서 분투 중인 1위 지역신문들마저 조중동에 먹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업 간 시장경쟁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여론이 병드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지방의 관점과 논리는 자리를 잃고 '중앙에 의한 중앙을 위한 중앙의 보도'만이 춤추는 병리 현상이다. 자기들 입맛대로 지방을 요리하는 보도 태도다. 4대 강 살리기만 봐도 조중동은 부정적 측면만을 확대 부각 재생산하는 데 더 열심이지 낙후한 지방 경제, 열악한 지방 환경은 관심 밖인 것이다.
일본은 120개 신문이 있지만 지방만큼은 그곳 지역신문이 1위를 지키고 있다. 유력 전국지는 수도권을 포함한 여남은 곳에서 우세할 뿐이다. 그렇다고 지방을 빼앗겠다고 우리처럼 눈이 벌겋게 날뛰지 않는다고 한다. 중앙과 지방 언론의 균형 잡힌 공존공생이 세계 최대 신문 왕국을 일구고 일본 사회의 다양성을 꽃 피우는 것이다.
이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조중동 바람잡이로 나서기로 작정한 것 같다. 한나라당에 묻자. 느닷없이 신문법 10조 '불공정 행위 규제'를 없애는 이유가 어디 있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물어보겠다. 구독료 반만 받아도 유가 부수로 인정하겠다는 의도는 뭔가. 공정거래위원장은 무슨 생각에서 신문고시 폐지를 결정했나. 하나같이 신문 재벌들의 탐욕 앞에 멍석을 깔아주는 선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조중동을 한통속으로 보는 지역언론들의 이유가 이런 데 있다. 이러한 조중동과 정부를 보면서, 미디어법이 여론 다양성을 위한 것이라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겠는가.
金 成 奎(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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