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출구전략 시행 시점이 중요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추진했던 각종 비상 대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 경제 상황이 선진국에 비해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어 경기 회복 이후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선진국보다 앞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이 이 같은 주장을 공식 제기함에 따라 정부의 출구전략도 예상보다 빨리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출구전략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고민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출구전략 시행의 타이밍을 놓고 고민 중이다. 너무 빨리 시행하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너무 늦으면 경기 부양을 위해 푼 돈이 인플레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선진 8개국(G8)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발동한 비상조치가 장기간 지속되면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키고 기업 구조조정을 저해해 경제 체질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신속한 정상화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이 차입한 외화 표시 채무 원리금 상환의 정부 보증 같은 조치는 금융 기관의 방만 경영을 조장한다는 측면에서 서둘러 폐기해야 한다. 또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해 위기 대응 차원에서 마련한 각종 공공 공사와 일자리 대책 등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 전반에 대한 타당성과 우선순위의 재점검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 경제 상황이 출구전략의 시행을 검토할 만큼 호전됐는가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출구전략 마련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필요할 것인지는 사려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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