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죽어간다. 아파트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내린다. 아이들이 죽어가도 이제 별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더 끔찍하고 중요한 일들이 많아서일까. 사는 건 어차피 경쟁인데,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는 약한 존재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대체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된 것일까?
'부모노릇'을 우리는 배운 적이 없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이끌어주는 이도 드물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부모가 바로 서서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고 열심히 일하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 수만 있다면, 아이들은 바로 자랄 것이다.
경상북도에서 3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를 해온 이호철 선생님의 '감동을 주는 부모 되기'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감동을 주는 방법을 일러준다. 이 선생님의 이전 책인 '학대받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하는 거친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부모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몸이 안 좋아서 학원을 하루 쉬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는 아이에게 "그래, 네가 힘들면 그렇게 해"라고 선선히 말해주는 엄마, 시험을 못 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이 정도도 잘했어.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뭐."라고 위로해주는 엄마. 친구와 말다툼하고 와서 기분이 안 좋은 아이에게 "원래 친구랑은 싸우면서 그렇게 정이 드는 거다. 내일 아침에 니가 먼저 아무 일 없는 듯 사과하고 웃어 봐"라며 토닥거려주는 엄마. "괜찮아,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뭐"라며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부모에게서 아이들은 힘과 용기를 얻는다. "너희가 태어나줘서 고맙데이" 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는 부모, 자신의 존재자체가 부모에게 큰 기쁨이 된다는 말에 아이들은 행복을 느낀다.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고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라고 노래 불러주는 어머니가 있었다. 아기가 자라며 말썽을 부리고, 다 자라서 집을 떠나 살게 되어도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에게 그 노래를 불러준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로버트 먼치의 그림책 내용이다. 이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무척 좋아한다. 언제까지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부모의 다정한 목소리에 매혹당하지 않을 아이들이 어디 있을까?
아이들은 힘들게 일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용돈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부모의 일을 조금이나마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한다. 부모가 어떻게 일해서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어른도 잘못을 하지만,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것, 애정을 표현하는 작은 말들이 아이들을 감동시킨다. 점심을 못 먹고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를 위해 샌드위치를 사오면서, 점심을 못 먹을 다른 친구에게 줄 여분의 샌드위치를 준비해 온 엄마의 모습에서 아이는 존경심을 느낀다. 작은 것이라도 베풀고 나눌 줄 아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는 스스로 나누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힘들다며 환경 탓을 하는 교사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교실혁명을 이끌어내는 훌륭한 교사도 많다.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지도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이호철 선생님 같은 교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참 교사에 대한 갈망이 더 깊어졌다. 아이들의 글이 우리에게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로 쓰여 있어서 더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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