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서혁신도시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한 흥분과 감격이 이제 좀 가라앉은 것 같다. 지난 8월 10일 결정됐으니 16일로 만 37일째다. 대구시는 그동안 첨단의료복합단지 추진단과 분야별 전문가 40여명으로 '워킹 TFT'를 구성하면서 후속작업에 들어갔다.
또 신서의료단지를 세계적인 응용'개발연구 중심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미국의 경영전략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에 '대구의료단지 조성계획'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경쟁지역인 충북 오송으로 가보자. 충북도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운영 총괄기관인 '첨단의료산업기술진흥재단' 설립 준비단을 만들고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보건연구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사를 준비단장에 선임했다. 이 단장은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을 오가며 정부의 의료단지 조성 기본계획에 오송 첨복단지를 신약개발 특화지구로 만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언뜻 보면 두 곳 모두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구경북의 준비과정을 두고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신서 의료단지가 제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지역 출신의 서울쪽 한 의대교수는 "대구경북의 분위기를 보면 의료단지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다소 착각마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뿐만 아니다. 정부 정책에 정통한 전문가나 각 부처에 깊숙이 개입이 가능한 정치권 인사 등 쓴소리를 하는 관계자들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은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하게 이야기 하면 대구와 오송은 단지공간만 제공할 뿐이고 정부가 주도하는'국책연구소'가 들어선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의료단지가 지역에 경제효과와 고용창출을 가져오고 또 나아가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옥동자'를 낳는 계기가 되겠지만 이 같은 씨앗을 뿌릴 밭을 빌려준 것에 불과하다. 일종의 '대리모'인 셈이다.
의료단지는 보건복지부를 총괄기관으로 세부 사업진행은 부처별로 나눠서 진행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정부계획대로라면 300여명의 인력에 석'박사급 고급인력만 200여명이 충원될 신약개발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의료기기센터는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진행될 것이다. 냉정히 말하면 시도와 의료단지 운영주체인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정부의 협의파트너에 불과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때문에 시도와 지역 의료 및 연구기관들의 역할과 권한도 이 같은 시스템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이 할 일은 의료단지에 들어설 기관유치와 예산확보, 지역 의료인프라와 연계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일, 두 가지다. 정부가 11월까지 의료단지 배치 및 단지별 특화계획을 확정짓겠다고 한 만큼 속도전을 펼쳐야 할 때다. 시간이 없다. 보건복지부 등 정부를 상대로 단지 특화계획을 설명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이 부분에서 대구경북은 오송에 뒤처지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운영재단을 두고도 대학과 의료기관들은 과잉기대를 하고 있다. 기관참여와 이사진, 또 책임자 선임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단은 단지조성을 위한 협의기구에 불과하다.
재단이 사업을 나눠 주는 창구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전문성은 물론 기관 간 이해조정을 할 수 있는 뚝심과 정치력, 의료산업에 혜안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더 많은 사업과 예산을 따오는 '전투부대'가 돼야 한다.
대학과 대학병원들이 정작 준비해야 할 것은 다른 데 있다. 각종 연구센터를 비롯한 의료단지 인프라가 갖춰지면 국내는 물론 해외의 유수기업과 연구소들이 대구와 오송으로 올 것이다. 한국이 '의료'임상테스트베드'로 안성맞춤이고 의료단지 인프라를 활용, 각종 R&D과제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지역 대학과 병원들은 자기 기관이 강점을 갖고 있는 인프라와 연구역량을 의료단지와 연계해 어떻게 상품화시킬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이미 대전권 연구소들은 의료단지를 어떻게 활용할 지를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연구개발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대구를 헤집고 있다.
이춘수 사회정책팀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