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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의 여담女談] 오래 묵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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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은 아내

최근에 나쁜 버릇 하나가 늘었다. 행복한 모습으로 웨딩 촬영하는 신랑신부를 볼 때면 피식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부럽다기보다는 그들의 앞날이 걱정스러워 생겨난 습관이다. 엄밀히 말하면 가수 조영남의 황당한 이야기 때문이다.

고 장영희 교수에 의해 대한민국 공식 바람둥이로 인정받은 조영남은 그의 책에서 '제2사랑당'을 창당해 대선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아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성들로 당을 만들고, 일부일처제 대신 '결혼 4년 중임제'를 공약으로 내걸겠다는 것이다. 결혼의 임기를 4년으로 해서 임기가 끝나면 서로에게 재신임을 물어보는 제도란다. 좋으면 계속해서 살고 그렇지 않으면 쿨하게 '바이바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영남뿐 아니라 소설가 김훈도 한 방송에서 일부일처제의 수긍은 어렵다고 말해 제작진을 뒤집어 놓았다. 그는 "일부일처제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인간이 그런 제도에 끝없이 복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일처제를 부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고, 자신은 일부일처제에 그냥 굴복하면서 사는 것"이라면서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두 남자의 이야기는 똑같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평생 함께하기란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게 아니겠느냐는 주장이다. 이 말에 내심 '그래 맞아'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면 당신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억울하다면 딱 하룻밤 병실에서 자보면 안다. 그곳에서 늙은 남편과 아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번 보라는 이야기다.

대개 병실의 밤은 늙은 아내들의 힘든 침묵으로 깊어간다. 병든 남편을 위해 대소변을 받아내고 뒤치다꺼리하느라 그들은 밤을 하얗게 밝힌다. 그들은 한때 남편들이 지루해하고 재미없어 하던 바로 그 오래 묵은 아내들이다. 자식들이야 삐죽 얼굴 보이고는 바쁘다며 총총 사라지는 게 전부고 병든 남편은 고스란히 그들 차지가 돼 있다.

돈 있으면 걱정할 것 없다고 큰소리칠 수도 있다. 그러나 앞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 분명한 것은 남편의 대소변을 받아내기란 4년 중임제로 선택된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어도 수십년은 묵은 부부가 돼야 그렇게 할 수 있다. 그게 자연스러움이다.

현명한 남성이라면 '결혼 4년 중임제'보다 '묵은 아내 사랑당'을 들고 나와야 오히려 옳다.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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