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車보험료 할증기준 20년만에 상향

50만∼200만원 세분화 소비자가 스스로 선택케

"요즘 차부품값이 얼마나 비쌉니까? 차끼리 접촉사고가 나 범퍼만 살짝 부서져도 50만원은 쉽게 넘어갑니다. 그런데 수리비가 50만원이 넘으면 보험 할증이 되니 멀쩡한 보험을 놔두고 울며 겨자먹기로 자기 지갑을 열죠."

이런 불만이 쏟아졌었다. 자동차가 엄청나게 고급화됐음에도 사고발생 때 보험료가 할증되는 기준금액은 20년 전 수준인 50만원에 머무르면서 보험 가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왔던 것.

그 때문에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이 내년 1월부터 '50만원 기준'에 대해 변화를 주겠다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가상승에도 불구, 보험료 할증기준이 20년 동안 상향 조정되지 않음에 따라 가벼운 사고에도 보험료 할증을 우려해 자비로 처리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소비자 불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내년부터 자동차 보험료 할증 기준금액을 50만원,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으로 세분화해 소비자가 보험가입 때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운전자 스스로 판단해 할증 기준금액을 상향시킨 보험에 가입, 사고 때 자비를 들여야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료 할증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가입자는 현재보다는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연간 보험료가 70만원인 가입자를 예를 들어볼 때 할증기준액 100만원을 선택하면 6천200원(0.88%), 150만원은 6천900원(0.99%), 200만원은 8천100원(1.16%)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할증 기준금액이 늘어난 것에 비해 보험납입액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란 것이 금융감독당국의 설명이다.

기존 가입자 역시 자동차보험 만기가 되지 않았더라도 추가 보험료를 부담하면 언제든 할증기준을 올릴 수 있다.

다만, 금융감독당국은 할증기준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과잉·허위수리 등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가해자불명사고에 대한 보험료 할인유예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가해자불명사고란 주차가 허용된 장소에 주차 중 발생한 관리상 과실이 없는 자차사고를 말한다.

지금은 손해액이 30만원 이하이면 1년간,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면 3년간 보험료 할인이 유예된다.

금감원은 30만원 이하 가해자불명사고에 대해 현행대로 1년간 할인을 유예하고, 3년간 할인이 유예되는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 사고의 상한금액은 소비자가 선택하는 할증기준금액에 연동하도록 했다.

한편 보험소비자연맹(보소연)은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차보험료 할증기준금액을 현행 50만원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보소연은 "차할증기준금액을 70만원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 흘러나왔지만 결국 변한 것이 없었다"며 보험사의 편에 선 제도 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은 "우리나라 운전자들 가운데 1천100만명은 무사고 운전자인데 이들을 감안하지 않고 할증기준금액을 50만원에서 일괄 상향조정하면 사고를 전혀 내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험료 인상이란 불이익이 돌아간다"며 이날 발표한 대로 선택적 상향 조정이 형평에 맞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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