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 받고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직장인들(샐러리맨)은 대부분 괴롭다.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고, 제때 승진하고, 주변 동료와 선·후배와의 관계도 좋게 한다는 건 어렵디 어렵다. 예상치 못한 복병 상사와 직원을 만나 사고가 터질 수도 있고, 중요한 승진 타이밍에 가정사 문제로 뒤처질 수도 있는 것. 또한 오직 내 일과 평가 및 고과 관리를 잘해 승진해도 주변에서 욕한다. '완전 이기주의자'라고.
특히 경기 악화로 우리 지역은 그야말로 직장인들의 사기가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직장인들 중 '승진과 조직 인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100분의 1 아니 1천분의 1이 분명 있다. 공직사회, 백화점, 은행 등에 수소문해 남들보다 한 타이밍 빠르게 승진하면서 주변 평가도 좋은 그런 세 사람을 추천받았다. 김대묵 대구시 건설방재국장·심옥희 대구은행 성서영업부 지점장·박형찬 동아백화점 쇼핑점 영업팀(2층) 과장. 셋은 분명 승진에 있어 남들보다 앞서 있었으며 조직생활 방식도 남다른 부분이 있었다. '미움·시기·질투 받지 않고 승진하는 법'을 이들을 통해 알아보자.
◆9급에서 3급, '김대묵'
김대묵(58) 대구시 건설방재국장은 나름 대구공고 출신의 전설적 공무원이다. 스무살에 기술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지 3년 만에 8급, 또 3년 만에 7급, 4년 만에 6급, 7년 만에 5급 사무관에 올랐다. 이후에도 요직에만 근무했으며 다시 10년 만에 4급 서기관 또 8년 후에 3급 부이사관 자리를 꿰찼다. 9급에서 3급까지는 41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동료들보다 빨리 승진했고, 사무관 시험도 단 한번에 합격했다.
김 국장은 의욕만 앞서 남들보다 앞서가고자 하거나 일찍 승진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다만 도로, 건설, 방재, 하천, 상하수도 등 자신에게 일이 주어지면 어떤 형태로든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1970년에 공무원이 됐기 때문에 대구의 주요한 사회간접자본은 그의 손을 타지 않은 것이 없다. 때마다 그는 그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마쳤고 이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이끄는 핵심 실무자가 돼 있었다. 이렇듯 요직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달린 것이 그의 승진 비결. 김 국장은 "단 한번도 인사철에 걱정해 본 일이 없다. 물론 그 누구에게도 사소한 부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사무관 시험 때는 달랐다.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고시공부하듯 승부수를 던졌다. 1년 동안 가정을 뒤로한 채 시청에서 근무를 마치고 나면 인근 여관으로 가 새벽 2, 3시까지 공부하고 또 다음날 출근하기를 반복했다. 타고난 집중력과 해내고야마는 집념은 단박에 사무관 시험 통과라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국장은 인화력도 뛰어나고 남자다운 배포와 호기로움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인지 주변에는 사람이 끊이지 않으며, 대구지하철건설본부장을 맡을 때도 예산과 조직문화 등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그는 "사실 공무원 생활 40년 하면서 이렇게 소개되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후배 공무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남들이 꺼리고 하기 힘든 일에 나서서 한번 성취해보라. 기쁨이 남다를 것이다'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당부했다.
◆부그룹 첫 여성지점장, '심옥희'
대구은행 심옥희(43) 성서영업부 지점장은 1983년 공채로 입사했다. 하지만 동기들 중에는 물론이고 여성 중에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며 승진을 물론이고 중요 부서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대구여상 졸업과 동시에 대구은행에 몸담은 심 지점장은 6급 행원에서 5년 만에 5급, 또 4급 차장 시험에는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홍일점으로 합격했다. 올해 2월에 3급 지점장으로 승진하면서 핵심 영업부인 성서영업부 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여성으로서는 파격적인 인사행보라 할 수 있다.
심 지점장은 자신의 빠른 승진에 대해 "그때그때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한발 뺀 뒤, "사실 일 욕심은 많은 편이었고, 수첩에 해야할 일들을 적어놓으면 반드시 검은 줄을 쳐서 '했다'는 표시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했다"고 털어놨다. 4급 차장 승진 때는 퇴근 후 집에서도 열심히 공부해 당시 25명 승진자 중 유일한 여성으로 합격했다.
위기도 있었다. 그는 첫째를 임신했을 당시 배도 불러오고 힘이 들어 사표를 냈다. 하지만 당시 지점장이 그의 사표를 반려했고, 업무에도 많은 배려를 해줬다. 이는 다시 한번 그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며 3급 지점장까지 승진한 오늘이 있게 한 계기가 됐다.
심 지점장은 특히 조직 내 인화를 해치는 행동은 절대 금기시했다. 자신이 후배로 있을 때도 껄끄러운 선배에게 다가가 먼저 팔짱을 끼고 좋은 분위기로 만들었듯 지점장이 되어서는 특정인에 대한 편애를 표시 내지 않으며 누가 상을 받아도 전체를 칭찬한다고 했다. 그의 능력과 인화력 덕분인지 성서영업부는 그가 지점장으로 온 뒤 여·수신이 증가세를 보이며 11개 부그룹 지점들 중 실적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조직에서 잘 융화가 되면서 윗사람에게도 좋게 보일 필요가 있다"며 "항상 상사로부터 예쁨을 받는 게 나쁠 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나이는 많지만 승진은 빨라 '박형찬'
동아백화점 영업팀 박형찬(38) 과장은 입사 동기들에 비해 나이는 네살이나 많지만 승진은 항상 빠르다. 대리 승진도 1, 2년 빨리 했을 뿐 아니라 올해 동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과장 자리에 올랐다. 박 과장은 승진의 결정적 요인을 묻는 질문에 "일적으로 윗사람과 협력을 잘해야 하며 아랫사람이 코드를 잘 맞춰야 일 효율도 생기고 인사고과도 좋아진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입사 당시 김철환 차장과 구교정 과장이 롤(Role) 모델이 돼 줬다. 그의 상사인 김 차장과 구 과장은 사람을 잘 관리하는 카리스마뿐 아니라 성실하게 일하는 전형적인 일벌레 스타일로 그에게 직장 생활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줬다. 그는 또 "동기들에 비해 나이가 많아 상대적으로 더 노력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박 과장은 현재 자신의 후임자인 배재성 대리와도 환상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자기관리를 위한 꼼꼼한 노력도 그를 모범 직장인으로 만드는 원동력. 그는 전임자들이 해 놓은 성과들을 분석하고 또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일일이 체크해 월별 달력에 표시를 해두고 하나하나 점검해간다. 체력관리를 위해서 매주 월~수요일 사이 하루를 쉴 때 팔공산에 오른다. 2층 영업장을 하루종일 돌아다니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동기들 중에서도 눈 밖에 나는 행동은 가급적 하지 않으며 사내에서 문제가 되거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영어회화 공부나 유통관리사 자격증(2003년 취득) 등 자기계발에 힘을 더 썼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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