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면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비가 계속되면 학부모들은 하교시간에 맞춰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가야 하며 부모가 일을 하는 상당수 학생들은 그냥 비를 맞고 하교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 서대구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말부터 비오는 날에 대비해 실시하고 있는 자율 우산제 덕분이다. 비가 오면 학교 측은 현관 앞에 마련된 자율 우산대에 우산을 비치하고, 학생들은 자율 우산 대여장부에 빌린 우산의 번호와 학년, 반, 이름을 기입한 후 사용하고 있다.
이 학교 6학년 박지호군은 "수업 중 갑자기 비가 오면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올까 안 올까 조마조마해 공부를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학교에서 우산을 빌려쓸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맞벌이 부부라 근무 중에 비가 오면 '아이가 비를 맞겠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는데 자율 우산제 실시로 걱정이 사라졌다"고 좋아했다.
자율 우산제는 시행 1년이 지나면서 학생들의 인성을 높이는 이 학교만의 독특한 교육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가 오면 교사들이 직접 현관에서 학생들이 우산을 사용한 후 다음날 반납하도록 유도하고, 우산이 모자라면 비슷한 곳에 사는 학생들이 함께 우산을 쓰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율성과 책임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 좁은 현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봉사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학생도우미를 선발해 배치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시행 초기 50%에 머물던 우산 회수율이 90%까지 높아졌으며 이용률 역시 높아지고 있지만 파손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 학교 박종두 교장은 "학부모·학생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학생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일 요량으로 자율 우산제를 시행했다"며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교육적 효과도 좋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커피 한 잔과 청년] '청년의 찾아오는 도시' 위한 대구시 정책은?
대구시 '재가노인돌봄통합' 반발 확산…전국 노인단체 공동성명·릴레이 1인 시위
홍준표 "제대로 된 공항 만들어야…군위 우보에 TK신공항 건설 방안도 검토"
홍준표 "TK신공항 SPC 설립 이외에 대구시 단독 추진도 검토 중"
이철우 지사 "대구경북신공항 입지 변경은 불가능"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