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직업이 뭐야?"
항상 바쁜 엄마를 보며 엄마가 무얼 하는지 남들에게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아이가 던진 질문이다.
나도 그것이 답답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물을 때는 종종 '돈 안 되는 일' 이라고도 한다. 가끔 남편은 나의 일에 대해 '취미생활 하는 것 가지고도 스트레스를 받느냐' 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이란 말하기 애매한, 돈과 크게 상관없는, 그렇지만 즐거운, 그리고 어떻게 잘 해볼까를 고민도 하는, 그런 종류의 일이다.
최근 내게 또 하나의 일이 생겼다.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직함도 새롭다. 어렵고 딱딱한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해주는 역할의 일인데 지금은 학교에서 방과후 아이들에게 생활과학교실을 가르치고 있다. 생활과학교실은 일상에 숨어있는 과학 원리를 이해하고 호기심을 기르기 위한 체험 위주의 과학프로그램이다.
얼마전 '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팔공산에 위치한 '시민안전테마파크'로 다른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함께 견학을 다녀왔다. 화재, 지진 등 여러 가지 재난 상황을 체험하고 그 대처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인데 그곳에서 끔찍했던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를 가상으로 겪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그 참사 속에 과학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렇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극한의 패닉 상태에서 집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이성과 논리, 그리고 실질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화기를 찾고 문을 열고 코와 입을 가리고 몸을 낮춰 화재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
안타깝게도 우리의 학교 교육은 과학적 마인드를 갖춘 사람들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국제학업성취도(PISA)의 과학 성취도 결과는 13등.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한 자신감 56등, 과학 내용에 대한 흥미도 55등, 과학을 배우는 즐거움 51등. 참가한 57개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민제는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복도에 들어서면 항상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뛰어와 짐을 들어주던, 양볼이 빨갛게 튼 민제에게 물었다.
"원래는 요리사였는데 요새는 요리사를 할까 과학자를 할까 고민 중이에요."
부모님이 찜닭가게를 한다는 민제의 대답이었다.
돈과 명예가 따르는 일은 아니어도 그것이 즐겁고 보람되기까지 한다면, 행복, 뭐 별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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