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는 공연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오페라 하우스 개관, 뮤지컬 전용극장 추진을 비롯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최, 폭염축제, 호러축제, 연극제 등 굵직굵직한 공연행사를 열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유명한 작품을 대구에 유치해 공연했다. 그 결과 대구에 오페라'뮤지컬 등 공연예술 관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작품을 보는 안목도 높아졌다. 서울, 부산, 인천에 이어 인구는 광역시 중 4번째지만 연중 공연관람객 수는 광역시 중 2위다. 열기도 대단하다. 오죽하면 유명 배우들이 "대구에서 공연하고 싶다"며 아우성일까. 그러나 과연 이런 것들만으로 대구가 공연문화중심도시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공연 문화를 키우기 위해 관객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관객은 공연산업의 한쪽 바퀴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공연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또 다른 바퀴인 작품(콘텐츠)과 무대 및 의상 제작소, 연출자, 배우라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매년 각 대학 관련 학과에서 1천명에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지만, 이 숫자를 갖고 인적 인프라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 졸업생 대부분은 전공과 무관하게 살아간다.)
독주회를 제외하더라도 대구에서는 한 해에 수백회 무대 공연이 열린다. 그러나 무대제작소와 의상제작소 육성이나 좋은 스토리 발굴에 대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좀 알려진 곳을 중심으로 볼 때, 현재 대구의 무대공연의상 제작소는 현대무용과 한국무용을 합쳐서 3곳 정도에 불과하다. 연극 의상 2곳, 오페라 의상도 2곳이 고작이다. 공연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무대 제작소는 1곳밖에 없다. 그나마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소규모 극장들은 아예 무대제작, 조명설치, 조명조정 등 공연에 필요한 제반시설과 작업을 극단 자체에서 해결한다. 배우들이 무대도 만들고 조명도 설치하고, 음향과 조명을 조정하는 것이다. 비용 때문이다.
무대제작소나 의상제작소, 연출자가 어째서 확보되지 않는가? 가장 큰 이유는 대구에서 생산하는 대형 공연작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있다고 해도 제작사들은 대형 공연작품은 서울의 업체에 제작을 의뢰하고, 돈이 안 되는 작품은 대구의 제작소에 의뢰한다. 그 결과 무대나 의상 제작소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명성을 쌓을 기회가 없고, 축적된 노하우와 명성이 없으니 대형 작품을 수주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악순환인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의 공연분야 지원 사업 역시 '활동 중심', 즉 공연작품 중심일 뿐 '공연 인프라'에 대한 직접 지원은 없다. 물론 공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프라가 성장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러나 창작작품 지원 액수가 워낙 적은 마당에 제작사들이 무대나 의상 등 인프라에 적절한 투자를 행할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대 분야, 의상 분야 인프라가 구축되기는 어렵다.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은 '무대 공연' 그 자체가 아니라 '공연 인프라' 분야에도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인프라 육성 없는 '공연문화중심도시'는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대구시민의 주머니에 나온 돈이 외지 기획사, 외지 배우와 연출자, 공연팀, 외국 업자들 주머니로 들어갈 뿐이기 때문이다. 명실공히 공연문화중심도시가 되려면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조두진 문화체육부 차장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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