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가요방에서 심심찮게 불리고 있는 '칠갑산'은 콩밭 매는 아낙네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고 노래하지만 실상 농촌에서 콩밭 매는 할매는 몰라도 아낙네는 찾아보기 힘들다. 10년 뒤 우리 농업 현장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만큼 고령화가 심각한 것이다.
경북농민사관학교가 최근 올해 교육생을 모집한 결과 평균 경쟁률 1.5대 1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다. 지난해 경쟁률 1.2대 1을 웃돈 것이며, 해가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참 기분 좋은 것이다.
농촌과 농업의 중요성은 모두들 잘 안다. 당장 10여 년 전 외환위기 당시 엄청난 숫자의 국민들이 벼랑 끝으로 몰려 민란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쌀값이 안정돼 있었고 건강보험이 제도로 정착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같은 분석도 나돌지 않았던가. 그런데 고령화라는 암울하고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사신(死神) 때문에 사회안전판이라는 농촌이 뿌리째 붕괴되고 있는 현실에서 농업을 배우겠다는 신선한 피가 수혈되고 있음을 농민사관학교 경쟁률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땅이 많으면 농사를 잘 지었던 때가 있었다. 농기계가 결실을 좌우했던 날도 있었다. 지금은, 이제부터는 인재(人材)가 연구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농업을 1차 산업이라고 하던 때도 있었다. 요즘은 6차 산업이라고 한다. 생산하는 1차, 가공하는 2차, 판매'서비스하는 3차를 다 수행해야 한다는(1+2+3) 얘기다. 융복합 농업이라는 단어도 많이 번지고 있다. 생산-가공-판매를 모두 해내야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음을 표현한 말이다. 당연히 농업인도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농민사관학교는 이런 수요를 정확히 짚어내 효율적으로 구현했다. 각국에 위탁 교육하는 UN대학처럼 대학과 기관단체에 교육생을 맡기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비용 부담 없이 교육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확보했던 것이다. 수요자 중심, 맞춤형 교육, 저렴한 교육비도 장점이다.
앞으로 농촌에는 은퇴자마을이 많이 들어설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를 늘리고 소득을 올리는 방안으로 힘껏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비롯해 도시에서 은퇴하는 이들 상당수가 귀농 행렬에 동참할 것이다. 이래저래 농민사관학교 같은 교육기관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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