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골재 노동자 길거리 나앉을 판"…'삼보일배'시위

대기업 위주 4대강사업에 일자리 잃어

대구경북지역 골재노조원 50여명이 4대강 사업과 관련, 골재 채취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7일 달성군 화원유원지 부근에서 출발해 13일 대구시청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경북지역 골재노조원 50여명이 4대강 사업과 관련, 골재 채취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7일 달성군 화원유원지 부근에서 출발해 13일 대구시청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가족들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습니다. 살길이 막막합니다."

12일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두류네거리. 붉은 셔츠에 머리띠를 두른 대구경북지역골재원노조 조합원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는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고 이내 다시 허리를 숙였다. 이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이달 7일 달성군 화원유원지에서부터 13일 대구시청까지 '삼보일배' 시위를 진행중인 골재노조원들이다.

삼보일배 일정은 쉽지 않았다. '강은 흘러야 한다' '4대강 파괴 민생파탄'이란 글귀를 적은 노조원들의 티셔츠는 이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목장갑과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긴 했지만 손발은 쑤시고 허리도 결렸다. 7일엔 대구 낮 최고기온이 27.4℃로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바람에 아스팔트가 후끈 달아올라 더욱 힘든 행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끊임없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두류네거리까지 온 것이다.

대구경북 골재 채취 노동자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준설 작업에서 배제돼 일자리를 잃었고 이에 대한 보상도 전무하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골재 노조에 따르면 지역 골재 채취 업체 33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모두 300여명이다. 대부분 노동자가 7, 9명 정도뿐인 영세업체들인데 현재 가동 중인 업체는 5, 6곳에 불과하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역 영세 업체들에게 낙동강 골재 채취 허가를 내주지 않아 어려움이 더 크다"며 "6월 이후 남은 업체들마저도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원 강한원(44)씨는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18년간 먼지를 덮어쓰며 골재 채취 작업을 하면서도 가족 때문에 버텨왔다. 강씨는 "아들이 이제 겨우 중학교 3학년이라 앞으로 돈 들어갈 일이 많은데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밖으로 내몰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분개했다.

삭발한 채 행렬에 참가하고 있는 권태완(47) 노조위원장은 두 아이들이 학교를 모두 마칠 때까지 5, 6년만이라도 더 일을 하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기약할 수 없다. 권 위원장은 "노동자들 대부분이 40대 후반이라 한창 돈이 많이 필요할 때인데 다들 2개월에서 8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정부가 대기업에만 신경 쓰는 사이 낙동강을 생계수단 삼아 살아온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낙동강에서만 2년 동안 하천 골재 4억4천만㎥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채취량이 1천300만㎥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34년 동안 채취할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노조는 "이 사업 종료 후 채취할 골재가 과연 남아 있겠느냐"고 걱정하고 있다.

이번 시위에는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했다. 시위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인터넷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의 카페지기 정수근씨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일부 대형 건설회사에는 이로울지 모르겠지만 농민과 골재 채취 노동자 등 서민, 야생 동식물에겐 재앙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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