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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어머이 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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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따라 하늘 가신 어머이, 올해도 어김없이 복사꽃은 왔다가 갔습니다. 산소에 모여서 제사를 드린 후로는 뵙지 못했네요. 그 후로 못 가본 사이 어른 키보다 무성한 쑥대는 불효자식 징표처럼, 가끔 어머이한테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벌써 여름 다 가고 잡초가 봉분을 다 덮었겠네요. 형님은 동생 미루고 동생은 형님 미루고 그저 세월만 가네요. 우리 칠남매 어린시절 보리밥 먹은 근기로 잡초처럼 질기게 살아갑니다. 어머이 나는 암만 캐도 어머이 앞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아직도 얼라 인기라요. 그때 장날 김나는 고깃국 한 그릇 제대로 못 잡수시고 이십 리 신작로 차비가 아까워 머리 또아리 이시고 걸어오시던 어머이,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정강이가 아프셨던 우리 어머이, 그때는 당연히 세상 어머이들은 다 그렇게 사시는 줄 알았습니다.

철들어 생각하니 울어머이 진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이제 어머이한테 자식 노릇 해보려 하니 안 계시고 옛날 어른들 '자식이 효도를 하려고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씀이 꼭 맞네요. 내가 자식 키워 보니까 좀 알겠네요. 어머이 저도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죠?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거 하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거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 카대요. 식은 밥 한 덩이 고구마 푸른 국시기 국물만 잡수시고 배부르시다며 우리 새끼들 먹으라고 그냥 밀쳐주시던 어머이, 이제 생각하니 우린 등신이었어요. 맨날 어머이는 밭고랑에서 호미자루 들고 지심만 매시다가 좀 호강하고 편할라 하니 돌아가셨네요.

어머이, 이번 추석은 막내집에서 모일라고 해요. 기제사는 큰형님 집에서 하고 명절엔 2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모실려고요. 아무리 바빠도 꼭 오이소. 이제 우리도 밥먹고 살아요. 서로 한마음되어 밀어주고 형님 말이라면 아버지 말씀이라 대신 생각하며 머리 쿡 숙이고 잘 따릅니다. 이제 걱정 마시고 그곳에서 편히 쉬이소. 코흘리개 손자들도 다 컸어요. 졸업해서 취직하고 어머이가 자랑할 만큼 되었어요. 어머이, 자꾸 눈물 나오려고 해서 편지 다 못쓰겠어요. 자식들 사랑하는 마음 안으로 삭이며 아버지 보고 싶어도 아닌 척 슬쩍 혼자 우시던 어머이, 다음에 또 어머이 보고싶으마 핀지 쓸게요. 오늘은 이만 총총 줄이겠습니다."

곧 추석이다. 그래서인지 어머이가 더욱 그리워진다. 한번쯤은 어머이께 가슴 시린 전상서를 올려보는 것이 어떨까. 가까이든 저 멀리 계시든 찾아뵙고 불효자식 용서라도 한번 빌어야 하지 않을까. 바쁘다는 세상일은 어머이께는 핑계일 뿐이다.

김 창 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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