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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실용의 만남…바우하우스 정신을 엿본다

갤러리M 바우하우스 앤티크 조명 전시회

▲크리스티안 델의
▲크리스티안 델의 '카이저 이델'시리즈
▲커트 피셔 작
▲커트 피셔 작

20세기 초반 독일의 종합예술학교 바우하우스는 '현대 디자인의 모태'라고 불릴 만큼 디자인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예술 사조는 건축'미술'공예 등 예술 전반에 걸쳐 일어난 디자인 혁신 운동으로,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며 간결함의 미학을 보여준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경제가 어려워진 독일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면서도 민중을 위해 무언가를 하자는 운동이 일어났고, 그 결과 바우하우스가 세워진 것. 대량생산으로 우아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대중들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의미에서다. 바우하우스는 독일에서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짧은 시간 운영됐지만 칸딘스키, 클레 등의 예술가가 건축과 디자인을 가르치면서 예술과 기술이 융화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갤러리M은 9월 9일까지 1920년대 바우하우스 금속공방에서 생산됐던 앤티크 조명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에는 크리스티안 델, 마리안 브란트, 커트 피셔의 조명 디자인 작품 24점과 선풍기, 저울, 계산기 등 40여 점의 디자인 소품들이 선보인다.

바우하우스 금속공방 이전에 조명의 개념은 천장에 매달아 놓은 형태가 전부였다. 하지만 조명의 기능에다 예술성을 가미하기 시작하면서 책상이나 작업대를 밝히는 조명이 나오게 된 것.

크리스티안 델은 현대 디자인의 틀을 제공한 디자이너다. 금속공방의 주재료는 주로 금, 은이었지만 델은 쇠를 이용해 대량생산에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독일에 풍부한 쇠를 똑같은 틀로 찍어내는 작업에 성공했다. 그의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카이저 이델' 시리즈는 1960년대까지 생산됐다.

'현대 디자인의 어머니'라 불리는 마리안 브란트는 화가이자 조각가, 사진가, 디자이너였다. 그녀는 1920년대 바우하우스 학생으로 배우다가 조교를 거쳐 마에스터가 되면서 여러 가지 디자인을 남겼다. 그의 조명 '칸뎀'은 남성적이고 힘있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바우하우스의 작업장에는 어떤 조명이 설치됐을까. 바로 커트 피셔의 조명이다. 1920년대 초 작업장에 필요한 조명을 기능적으로 제작, 모든 학생과 교수들은 이 조명 아래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형태는 기능에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기본 정신을 보여주며 남성적인 선의 흐름이 인상적이다. 이들의 조명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으로부터 80~90년 전에 생산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모던하고 세련된 감각이 빛난다.

갤러리M 유명진 큐레이터는 "흔히 바우하우스라고 하면 건축을 떠올리지만 금속 공예 디자인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면서 "21세기에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모던한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바우하우스의 조명 디자인은 모던함의 극치로, 최소한의 장식과 기본 형태만으로 모던한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053)740-9923.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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