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에서 지난 8일 참다랑어(참치) 1천300마리가 잡혔다. 전례 없는 어획량이었다. 남들 보기엔 횡재 같지만 어민들은 맥이 풀렸다.
영덕에서 정치망 어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영주 대표는 9일 아예 그물을 건지지도 않았다. 그물 속에 참다랑어가 잡혀 노닐고 있지만 건져봐야 폐기할 수밖에 없어서다. 쿼터(한도) 탓에 폐기해야 할 참다랑어는 앞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 대표는 8일 100~150kg에 달하는 100마리의 참치를 건졌지만 모두 폐기 처분했다. 조업에 나선 어민 11명의 인건비, 연료비, 참치 폐기에 따른 기회비용 등 어잡아 수천만원의 손실을 봤다.
인근의 또 다른 어민은 아예 그물을 걷어내고 참치 떼가 물러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참치가 본격 잡히기 시작한 지난달 말 kg당 3만원을 오르내리던 가격이 대량으로 잡힌 지난 7일 1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쿼터를 넘긴 8일 모두 폐기했다.
어민들은 "전날까지만 해도 참치 값을 받았는데, 하루 만에 쿼터가 가득 찰지 몰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행정기관이 남은 쿼터를 미리 알리거나, 확보 가능한 쿼터를 폐기 참치에 적용하지 않으면서 피해가 더 커졌다고 선주들은 입을 모았다.
◆영덕 등 경북 동해안은 참치가 '지배종'
2018년 이전 영덕 등 경북 동해안에서 잡히는 참치는 겨울철에 집중됐다. 100kg이 넘는 참치는 1~2마리가 잡힐 정도로 뜸했고, 여름철에는 3~4kg 크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랬던 참치가 지구온난화로 고등어, 삼치, 정어리 등 주요 먹이가 동해안으로 유입되면서 이들을 따라 터를 잡았다.
지난 6일 150kg에 육박하는 참치 65마리가 처음으로 영덕 강구 앞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냈고(매일신문 8일 단독 보도), 8일 비슷한 체급의 참치 1천300마리가 무더기로 잡혔다. 이날 영덕군이 배당받은 쿼터가 한 번에 넘어서면서 1천300마리 전량 폐기 처분 결정이 났다.
영덕군이 2025년 확보한 참다랑어 쿼터는 기본 35톤(t)과 추가 등 모두 47t이다. 6일 150kg에 육박하는 대형 참치 떼가 포획된 날 37t을 기록하며 쿼터량 포화까지는 10t가량의 여유가 있었지만 8일 1천300마리(61t)가 더해지면서 이 수치가 의미 없게 됐다.
8일 잡힌 참치는 강구수협과 포항수협에 납품됐지만 전량 폐기됐다.
◆쿼터 확대 요구하는 어민
국가별 어종 총 허용어획량은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가 정한다. 이를 어기면 수산업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어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열대어종이 동해로 유입되는 만큼 참다랑어 쿼터를 늘려야 한다고 수년째 주장하고 있다.
실제 영덕 등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잡히는 참다랑어 어획량은 2020년 5t에서 지난해 168t으로 30배 이상 늘었다. 특히 참다랑어가 나타나면 다른 어종은 모두 사라져 버려 개체수 조절을 위해서라도 포획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더해 쿼터량이 모두 찬 뒤 잡히는 참다랑어는 바다에 버리게 돼 있어, 이로 인한 환경오염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참치는 이제 경북 동해안의 지배종이 됐다"며 "쿼터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국제적 협력을 이끄는 정부의 지원과 함께 국내 수산업의 구조적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참치 활용방안 없나
아열대성 어종인 참치는 '바다의 사자'라고 할 정도로 최상위 포식자다. 이맘때 잘 잡히는 고등어, 정어리, 오징어 등은 참치가 나타나면 씨가 마를 정도다.
하지만 참다랑어가 워낙 고부가가치 어종이다보니 제대로만 유통된다면 어민 소득에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영덕군에서 지난달 말 잡힌 참치는 kg당 3만원으로 한 마리에 200여만원에 거래됐다. 그랬던 것이 7일 대량으로 잡히면서 kg당 4천원까지 떨어져 마리당 50여만원에 팔렸다. 생참치가 일식집에서 거래되는 냉동참치보다 훨씬 맛있고 신선하지만 갑작스런 공급에 따른 유통망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참다랑어 수매제 등과 같은 제도 도입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유통구조가 확립된다면 쿼터제의 한계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선주들의 의견이다.
쿼터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의 필요성은 경북 동해안 지자체의 계속되는 요구다.
지난해 부산 등을 중심으로 한 대형선망에 편중된 국내 쿼터는 1천219t이었고, 경북은 185t에 불과했다. 경북 올해 쿼터는 작년보다 줄어든 110t에 불과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쿼터 배정 탓에 어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영덕군 선주들은 "정부가 나서 국내 쿼터 조정은 물론이고 국제적인 협의도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1년 내내 동해안에서 잡히고 있는 참다랑어로 인한 어민 피해와 환경오염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쿼터를 늘이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연구나 가공 등 여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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