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구EXCO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인근 인터불고엑스코 호텔에 여장을 푼 A씨. 서울에서 함께 온 일행과 저녁식사 후 술 한잔 생각이 간절했지만 호텔 주위에서는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한동안 발을 동동 구르던 A씨는 대구의 지인에게 전화를 했고, 그가 이끈 곳은 택시로 30여분쯤 떨어진 수성구 들안길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형 컨벤션센터와 호탤이 있는 지역이 해만 떨어지면 깜깜한 적막강산으로 변하는 곳은 처음 봤다"며 황당했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일원 83만여㎡ 부지에 들어선 대구종합유통단지가 조성 17년 만에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유통단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주 도로(1.2㎞)의 폭(50m)을 좁히는 대신 인도를 늘려 보행자 중심의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 또 해만 떨어지면 암흑 천지로 변하는 이곳을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곳으로 재단장해 사람이 찾아오는 대구 대표 특화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 4일 대구종합유통단지관리공단 회의실에서 '대구종합유통단지 발전방안 기본구상'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유통단지를 보행자 중심의 사람이 모이는 도시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날 용역보고회는 올해 5월 국토해양부가 공모한 '특화거리 사업'에 대구시와 대구 북구청, 대구종합유통단지관리공단이 신청한 '대구종합유통단지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이 최종 선정되면서 마련됐다. 이 사업에는 2014년까지 국비 64억원이 지원되며, 이 중 설계비 명목으로 4억원을 내년도 국비 지원예산으로 받았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종 보고회는 11월쯤 열릴 예정이다.
용역보고서에는 대구종합유통단지가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용도 변경을 통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 ▷사람들이 걷고 싶고 쉴 수 있는 메리트가 있는 가로 정비 ▷신기공원, 엑스코, 인터불고 등 랜드마크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시는 유통단지 일대의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위해 현재 자동차에 빼앗긴 도로를 보행자에게 돌려주는 한편, 젊은층이 좋아하는 각종 식·음료시설, 휴게시설, 편의시설, 문화·레저공간 등을 가로 주위에 배치해 방문객을 유인할 계획이다. 또 유통단지 주 도로를 ▷플러스 하모니 존(Plus Harmony Zone) ▷플러스 이코닉 존(Plus Iconic Zone) ▷플러스 커뮤니티 존(Plus Community Zone) ▷청소년 문화 존 등으로 구간별 테마화해 볼거리를 늘릴 예정이다.
대구종합유통단지관리공단 김광식 이사장은 "현재 유통단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간 300만명이 찾는 엑스코 손님들이 인근 전자관 등 7개 공동관을 찾지 않고, 공동관들끼리도 서로 연계가 안 되는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방문객들이 유통단지를 보다 편하고 재미있게 찾는 명소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대구시가 최근 수립한 2단계 도시철도 중장기계획안에 유통단지~경북대~동대구역을 잇는 노선을 우선 순위에 올려놓는 등 도시철도라는 '발'을 선물 받은 유통단지가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까지 마무리될 경우 1993년 조성 이후 17년 만에 사람들의 발길이 넘치는 곳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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