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에서는 10대들까지 참가한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 이른바 '연금 개혁' 전쟁. 심각한 재원 부족을 이유로 정부는 퇴직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2년, 연금 개시 연령도 65세에서 2년 늘리려 했다. 복지 천국인 프랑스에서 장년층들은 더 일해야 하는 것에 반대했고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은 정년이 늘어나면 청년 실업 문제가 확대되는 것 때문에 반대했다. 아직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정년이 늘어날 전망이다.
프랑스 사태와 한국의 현실을 비교하면 참 서글픈 생각이 든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곳이 우리나라다. 일부 대기업·공기업이나 금융권을 제외한 대다수 직장에서 명예퇴직·희망퇴직을 빙자한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있고 가급적이면 정년을 단축하려 애쓴다.
경영 합리화 등의 명분이 등장하지만 아무리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도 오랜 기간 몸 바쳐서 일했던 직장에서 원치 않는 퇴직을 하는 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정까지도 몰락하게 한다.
이는 비단 정리해고의 문제만 아니다. 많은 기업들은 경영 여건 등을 이유로 정년을 단축해 버린다. 신규 고용을 늘리는 것도 아니어서 기업의 존재 이유인 고용 창출·고용 유지는 남의 얘기가 돼 버렸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으로 각광받는 포스코의 정년 연장 방침 확정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포스코는 최근 사원 투표를 통해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2년 늘렸다.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정년 후 2년간 재취업을 시키니 사실상 (정년이) 4년이나 늘어나는 셈이다. 포스코의 정년 연장은 숙련공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회사와 임금을 덜 받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근로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시행되는 정년 연장은 한전, 한국감정원,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과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특히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 출생) 700만 명의 퇴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돌이킬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을 하고 싶어도 오히려 정년 단축을 할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숱하다. 이런 기업들이 자력으로 할 수 없을 때 국가가 행정·금융·세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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