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점 차…'우생순' AG 20년 무패신화 끝

4강전서 한수 아래 일본에 28대29로 분패

'우생순' 신화로 감동을 안겨줬던 여자 핸드볼이 4강전에서 일본에 분패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이 된 후 이어온 아시안게임 무패행진도 마침표를 찍었다.

25일 광저우 광궁체육관은 여자 핸드볼의 슬픈 역사를 쓰는 현장이 됐다. 경기 종료 3초를 남기고 던진 슛이 일본 골키퍼의 손에 막히자 선수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전광판의 최종 스코어는 28대29 한국의 1점 차 패배. 선수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였기에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더욱이 그 상대가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일본이었기에 충격은 컸다.

경기 전까지 한국은 상대전적 30승1무5패로 일본을 앞섰다. 선수들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코트에 들어섰다.

그러나 일본은 예전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의 패스를 한 발 앞서 차단했다. 경기는 꼬여갔고 한국은 잦은 패스 미스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점수 차가 한때 8점까지 벌어졌다. 후반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다. 우선희의 연속 4득점에 문필희가 3점을 보태며 1점 차까지 따라붙었지만 이내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국의 이재영(대구시청) 감독은 "경기 초반 너무 부진했다. 상대의 전술을 분석했지만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정지해는 "수비가 약했고 빠르지도 유연하지도 못했다"며 "우리는 아시안게임 연승에 너무 많은 압박감을 받았다"고 했다.

핸드볼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비인기종목의 대명사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국민적 조명을 받은 것 역시 반짝하고 말았다. 지난 10월 실업 최강 벽산건설은 해체됐다. 최근 용인시청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실직 위기에 내몰린 현실 앞에서 또 한 번의 '우생순' 신화는 욕심일 뿐이었다.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카자흐스탄과 26일 동메달을 놓고 3, 4위전을 치른다.

광저우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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