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재성의 미국책읽기] 미 하원의원들의 지역구 관리

홈 스타일-미국 하원의원은 지역구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가/리차드 페노 저

1977년 초판이 발간된 리차드 페노의 '홈 스타일'은 미국 하원의원의 지역구 활동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이론화한 저서다. 페노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원들은 재선을 절대적 목표로 하고, 더불어 의회 내 권력 확보 및 '좋은' 정책 입법이라는 추가적인 목표를 갖는다. 지역구 활동은 재선이라는 목표 달성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의회 내 권력 확보 및 입법 활동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페노에 따르면 의원 활동의 초점은 어떻게 지역 유권자의 신뢰를 확보하여 안정적인 재선 기반을 구축하느냐이며, 여기에 의원 개인들만의 스타일이 있다. 의원 개인들의 스타일은 지역 유권자의 개인 민원을 중심으로 한 '면대면 접근'과 입법을 중심으로 한 정책이슈중심' 접근을 어떤 비율로 혼합,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리적인 거리로 인해 지역구 방문이 쉽지 않은 미국 하원의원의 경우 자신의 시간과 보좌관 등의 인력을 지역구 민원과 의회 입법에 어떤 비율로 배분하느냐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따라서 양자 사이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은 재선과 의회 내 권력 확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미국 헌법은 하원의원 1명 당 유권자수가 3만5천 명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후 1911년 435명으로 하원의원 총수가 고정되면서, 하원의원 1인당 지역구 유권자 수는 최저 52만5천393명(로드 아일랜드 주)에서 최대 96만7천440명(몬타나 주)에 이른다. 지역 유권자에 대한 면대면 접근이 쉽지 않은 이유다. 아울러 미국 하원에서는 회기 당 평균 1만 건의 입법안이 제출되어 700건 가량이 법률화된다. 쉬지 않고 매일 법안 심사를 한다 해도 소화하기 벅찬 분량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한국 국회의 지역구는 최소 10만4천 명에서 31만2천 명이므로 미국 하원의원에 비해 지역구 활동을 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입법 활동 측면에서 한국 국회는 17대 국회의 경우 의원발의 통과된 법률이 1천352건이므로 1년 평균 363개의 법률을 제정했다. 미국 하원에 비해 절반 수준의 입법 활동을 한 셈이다. 편한 환경에서 적게 일했다는 뜻이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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