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구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보는 겁니다. 대구가 자동차부품산업에다 로봇, 첨단섬유산업까지 특화하면 그 저력과 밑바탕을 가지고 그간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봐요. 로봇산업진흥원이 대구에 왔지 않습니까?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왔고. 울산과 가까이 있어 자동차부품산업도 도움이 되겠죠. 섬유야 워낙 강하니까!"
서영주(58)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좀 달랐다. 대구 하면 떠오르는 '절망적 분위기'를 걷어내고 "희망이 있다"는 긍정을 해보자고 했다. 기자에게 슬쩍 "앞으로 기사(記事)도 좀 그렇게 써라"고 했다.
그는 "대구가 가진 '대구의 막'을 넘어서고 유리 천장을 깨부숴야만 희망이 있다"며 "지금의 산업 환경은 불모지에서 공단만 만들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강점이 있는 산업을 선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져야만 승산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야기는 지역의 '청년 인재'로 옮겨갔다. 서 원장은 여기에 '경제 생태계'라는 개념을 끌어와 "지식의 공급과 수요가 기업과 3박자를 맞추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이런 네트워크가 선순환하면 경제가 커지고 발전한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이곳 테헤란로는 경북대 전자과 출신들이 꽉 잡고 있었어요. 그만큼 지역 인재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것이죠. 그들을 붙잡기 위해선 대구에도 테헤란로가 생겨야 합니다. 지식이 공급되고 수요되는 공간!"
1977년 제20회 행정고시에 합격, 공직에 들어선 그는 1998년 대통령비서실 경제구조조정기획단 국장을 맡았다. 상공부통인 그는 2000년에는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을 1년간 지냈다. 우방 부도사태 등으로 협력업체가 줄도산하던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그가 다녀간 뒤 대경중기청은 다음해 지방청 평가에서 1위에 랭크됐다.
"얼마나 보탬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했어요. 당시 5인 이상 사업장이 1만 개 정도였는데 쫓아다니면서 '이메일(e-mail) 계정갖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정보화 초기였는데 무엇보다 '정보화 마인드'가 필요했거든요. 벤처 생태계를 만들자며 '동대구밸리'도 기획했고,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지역 인재를 붙잡자며 의견을 모으기도 했었습니다."
이후 중기청 벤처기업국장, 정책국장을 거쳐 2004년 산업자원부로 복귀한 그는 전자부품연구원장을 거쳐 지금 자리에 오게 됐다. 산업기술과 관련한 정부의 R&D예산 2조2천억원을 집행하는 곳의 초대 원장이다. 그는 "산발적으로 흩어진 R&D 산업기술의 기획, 평가, 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했다"며 "무엇보다 전문성, 투명성, 친절함을 가져야만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데 정말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요즘 젊은이'에 대한 서 원장의 생각은 역시나 좀 달랐다. '개인적이다' '책임감이 없다' '디지털 능력은 뛰어나지만 아날로그적 소통력은 없다' 등 그간 출향인사를 만나며 들었던 젊은이에 대한 시각을 전하자 "젊은 사고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들의 소통력 부재가 그런 생각을 낳은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젊은 사고를 얼마나 알고 어떻게 대응할지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 개방적이고 유연하지 않습니까? 사고의 속도도 빨라지고 다양해지고 있어요. 그게 맞춰지지 않으면 심하게 말해 '퇴물'이 되는 겁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내 덕'보다는 '내 탓'을 해야만 발전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영국을 찾았을 때 서점에서 한국 관련 서적을 봤던 얘기를 했다. 움막에서 똥장군을 지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어서 '정말 우리를 후진국으로 아는구나' 했단다. 그런데 최근 찾은 영국의 한 서점에서 한국은 아주 크게 달라져 있었단다.
그는 "1960년대 수출 1억달러에서 현재 4천억달러를 넘는 나라가 된 것은 한국인이 가진 '희망과 애국의 피' 때문이었다"며 "금모으기 운동에서 봤듯 우리는 '결집의 에너지'가 있는데 대구도 한번 뭉치는 계기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답게 "대구도 그런 기운으로 용솟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긍정했다.
1952년 대구 출생인 서 원장은 중앙초등학교, 경북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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