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조리원·영양사 '비정규 회계직' 차별 철폐시위

"14년동안 월급 한 푼 안 올랐어요" "한 달에 고작 80만원"

15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초·중·고 회계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5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초·중·고 회계직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5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정문 앞. 초·중·고교의 영양사와 조리원, 행정 사무보조 직원들이 "교육청은 학교 회계직원들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학교 '회계'에서 임금을 받는다고 해 '회계직'으로 이름지어진 비정규직군이다.

이날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소속 학교 회계직 14명은 정규직과의 차별을 호소하며 처우 개선을 위한 집단 행동에 나섰다.

회계직에 대한 학교 내 차별은 임금에서 두드러진다. 가장 열악한 직종은 '급식 아줌마'로 불리는 조리원이다. 이들에겐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격차가 없다. 대구 모 초등학교 급식소에서 14년간 근무한 A(56·여) 씨는 한 달에 80만원을 받는다. 10년을 일한 동료 조리원 B(51·여) 씨의 월급과 같다.

A씨는 "우리 학교 급식소는 조리원 4명이 540인분의 밥을 짓는다.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8시간을 일하지만 추가 급여는 없다"며 한숨지었다.

학교 회계직은 학교장이 채용 권한을 갖고 있어 학교마다 사정이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인사권을 가진 학교장의 횡포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대구 모 공립 중학교에 근무하는 조리원들은 얼마 전 학교 측으로부터 '내년에 학생 수가 줄어들면 현재 80만원인 임금을 깎거나 한 명을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곳 조리원들은 "2천500원인 급식비는 학부모의 반발이 무서워 50원도 올리지 않으면서 10년 동안 학생들을 위해 일한 우리 목을 치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정규직인 공무원이 새로 들어오면 회계직원이 떠밀려 나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C(30·여) 씨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 2007년 모 중학교 행정 사무보조로 일했던 C씨는 '행정 사무는 정규직 한 명으로 충분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학교를 상대로 싸워 복직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C씨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10년간 일했어도 임금은 110만원 제자리걸음"이라며 "같은 일을 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이 너무 서러워 시위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시교육청에 소속된 공무원(교사 포함)은 올해 기준으로 1만7천612명으로 이 가운데 5천845명이 회계직이다. 그나마 지난 2007년 2천790명의 회계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나머지 3천55명은 아직까지 2년 재계약의 한시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배현주 지부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회계직도 경력을 인정해 임금에 반영하고 정규직과 차별 없는 근무 여건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라며 "교육감에게 수차례 답변을 요구했지만 면담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여성노조 측은 24일까지 시교육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27일 오후 5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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