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면 '가는 해(庚寅年), 오는 해(辛卯年)'가 만난다.
연초 대구경북민들은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白虎)의 해답게 올 한 해가 국가적으로나 지역 모두 운이 크게 상승하는 해가 되기를 바랐다.
올 한 해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교수들은 이런 모습을 '장두노미'(藏頭露尾)로 정리했다. 최근 교수 2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1%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은 것이다.
감출 장, 머리 두, 드러낼 노, 꼬리 미다. 쫓기던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고서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모습에서 생겨난 사자성어로 진실을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이다.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많은 사건이 있었다.
앞선 사건사고들 모두 언제든지 폭발할 사안이었지만 정부는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 했다. 정부의 위기였고, 신뢰의 위기였다.
지역민들은 대구경북의 운과 경제도 백호의 기상처럼 상승하는 기운이 돌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4년간 자치단체를 경영할 인재를 뽑는 지방선거가 있었고 수십 년 만에 성장 포석을 많이 깔았기 때문이다. 첨단의료복합단지, 경제자유구역, 대구테크노폴리스, 국가산업단지 등 성장동력 인프라를 갖춰 씨앗을 뿌리고, 우리의 살림을 살찌울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대구는 없었다. 우왕좌왕하면서 방향을 잃어 되는 일이 없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경쟁지역인 충북 오송에 밀리고 있고, 높은 지가 때문에 제대로 된 기업을 유치하지 못했다. 한 대기업 유치를 두고는 안동에도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자유구역 한 지구인 수성의료지구는 최근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대구경북이 가장 역점을 둔 동남권 신국제공항 입지선정도 내년 3월로 또다시 미뤄졌고,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공항 입지선정이 되지 않을 경우 대구가 추진 중인 각종 사업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선 사활이 걸린 문제다. 신공항의 경우 경남, 울산과 함께 4개 시'도가 연합을 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지난여름에는 250만 대도시의 이름이 무색하게 도심 마을에서 두 차례나 물난리를 당하기도 했다. 동구 율하지구에선 한 대형마트가 개점하면서 인근 소상인들이 '다 죽는다'고 아우성을 쳤고, 성서IC 교통 체증으로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대구의 위기였다. 정확하게 리더십의 위기였고 대구시의 무능 탓이었다. 시장을 비롯한 간부 공무원들은 무엇하나 옹골차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대구의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었을까. 시장이 수시로 실토할 정도로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실제 이것이 사실이더라도 외부에서 능력 있는 인물을 대거 모셔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는 결국 김 시장의 용인술 탓이다. 간부 공무원들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욕먹는 일은 총대를 메려하지 않는다. 결정을 미루고 미뤄 하급 공무원들이 스스럼없이 분통을 터뜨리는 지경이다. 연초 국장급 인사가 예정돼 있다. 인사 혁신 없이는 대구가 필요한 사업 혁신, 지역 혁신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구를 변화시키기 위해선 대구시의 변화가 선결과제다.
특히 내년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대구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다. 도시 디자인을 새롭게 하고, 대구만의 독특한 문화로, 그리고 대구시민의 친절로 멋지게 치러야 한다. 대회가 성공하려면 대구시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의 참여와 문화운동이 요구된다. 마라톤대회로 교통이 불편하더라도 협조하고, 옥상 경관 등 디자인 사업에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 육상대회 성공을 위해선 시민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
내년엔 대구시, 대구시민 모두 변화하는 해로 나가자. 백호처럼 큰 걸음을 하기보다는 토끼처럼 작은 걸음을 걷더라도 바른 방향으로 디뎌보자.
이춘수(사회1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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