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신문과 잡지, 서적을 통해 매일 새로운 정보가 생겨나고 있다. 논술이 주어진 정보(논제와 제시문)를 분석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글이라면 이러한 신문과 잡지, 서적들은 논술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된다. 나아가 논술이 어떤 교과와 관련되어 있더라도 현재의 문제에 대한 사고의 방향을 요구한다. 따라서 신문이나 잡지, 또는 서적에 담긴 현재 사회의 정보를 정리하는 것은 논술을 준비하는 첩경이다. 논술고사를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그 해의 시사 이슈를 정리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신문, 잡지, 서적에 실린 글 중에서 논술과 가장 가까운 양식이 바로 사설이나 칼럼이다.
사설(社說)은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주장이나 의견을 써내는 논설이라고 말한다.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도 존재하지만 글쓴이가 소속된 회사 편집진, 나아가 회사 전체의 의견이 더 중시되는 글이다. 예를 들어 A신문에 실린 사설이라면 A신문이라는 특정 신문사의 의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칼럼은 신문, 잡지 등에 기고된 글인데 주로 시사, 사회, 풍속 따위에 관하여 짧게 하는 평을 지칭한다. 칼럼은 개인의 생각이며 따라서 칼럼이 실린 매체의 주장과는 다를 수도 있다. 사설과 칼럼에는 모두 주장과 근거가 존재한다. 특정한 사안(事案)에 대한 글쓴이의 주장과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담겨 있다. 그렇지 못한 사설과 칼럼도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수준의 문제로 치부해도 좋다. 최근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주장만 나열된 글들이 많은 것은 글쓰기의 기본적인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의도를 지나치게 드러내려고 하다 보니 논리적인 비약이 일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논술고사가 실시되면서부터 학교나 사교육 기관에서는 사설 읽기나 칼럼 읽기와 관련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설 노트를 준비하여 내용을 파악하고 주장과 근거를 찾고 주제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수행평가에 반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사설이든 칼럼이든 신문이나 잡지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신문이나 잡지(특히 시사 잡지)는 그날, 또는 특정한 기간에 일어난 사건의 보도를 기본으로 한다. 다시 말하면 칼럼이나 사설에도 특정한 기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생각이 깔려 있다는 말이다. 사건은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자체는 존재하겠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사건이 재해석된다. 때로는 왜곡되기도 한다. 신문에 나오는 기사들은 특정한 사실을 기자의 시각에서 분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에 대해 논평한 것이 사설이나 칼럼이라면 기사보다도 더 치우친 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설이나 칼럼을 읽을 때는 반드시 그 글과 관련된 기사를 함께 읽어야 한다. 나아가 같은 사실에 대해 서로 다른 내용과 주장을 담은 다양한 신문사의 사설과 칼럼을 함께 읽어야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립해야 한다. 논술이 개인의 생각이 담긴 글이므로 집단의 사고가 담긴 사설보다는 칼럼을 읽는 것이 훨씬 좋다. 또한 일간지보다는 시사 주간지에 실린 심층 보도를 읽는 것이 배경지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해마다 수많은 시사 이슈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일단 그 해의 시사 이슈를 정리하고 그 이슈와 관련된 칼럼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2개 이상의 서로 주장이 다른 칼럼을 선정해야 한다. 칼럼의 내용과 관련된 신문 기사문을 찾아 오려 붙이고, 서로 다른 주장의 차이와 더불어 사용한 논거의 활용 방식도 노트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특정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논술은 '논'과 '술'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논'하고 뒤에 '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글이다. 전문가들이 쓴 사설이나 칼럼은 '논'과 '술'의 작성 과정과 방법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단순히 읽어보는 데 그치지 말고 글에 나타난 주장과 근거를 찾아 그 운용 방식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논술은 문학작품이 아니다. 따라서 창작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근본적으로 유리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논술을 잘 쓰는 학생은 많이 읽고, 많이 분석하고, 많이 써 본 학생이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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