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행복한 삶

"경제적 풍요는 혼자서 즐길 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없는 이들과 나눌 때 더욱 행복해짐을 뜻한다. 어차피 저세상으로 가져가지 못할 물질적 풍요를 이웃과 나눔으로써 세상을 보다 밝고 행복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무엇보다 감사해야 한다." 본지 토요 연재 기획물 '행복을 찾아서'에 독자가 보낸 사연이다.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사전적 의미로 복된 좋은 운수,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하거나 그러한 상태를 말한다. 생활 속에서 만족감을 느끼려면 마음의 안정이 필수적이다.

마음의 안정은 '편안'한 것인가, '평안'한 것인가? '편안'은 외적인 것으로 육체적인 것, '평안'은 내적인 것으로 영혼의 평정을 의미한다. 즉 '편안'은 몸이 불편하지 않은 것, '평안'은 몸과 마음 모두 불편하거나 걱정 없이 무사하게 잘 지내는 것을 뜻한다. '마음이 편안하다'는 흥분이 가라앉거나 불안한 일, 걱정거리가 없어져 마음이 안정된 것을 말하며 '마음이 평안하다'는 욕심이 없고 걱정, 근심이 없어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를 뜻한다.

"내가 일도 참 잘하고 그리고 사람이 좀 어리숙하니까 장인님이 잔뜩 붙들고 놓질 않는다." "아이의 고집은 아무리 어르고 구스르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피차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면서도 감히 까발길 용기도 없고 하여 그냥 계속 속고 속이는 재미도 없는 속임수 말이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어리숙하니까' '구스르고' '까발길'은 잘못된 표기이다. '어리숙하다'는 '어수룩하다'의 잘못으로 '어수룩하다'는 말이나 행동이 매우 숫되고 후하다, 되바라지지 않고 매우 어리석은 데가 있다라는 뜻이다. '구슬리다'는 그럴듯한 말로 꾀어 마음을 움직이다, 끝난 일을 이리저리 헤아려 자꾸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구스르다'는 틀린 표기이다. '까발리다'는 비밀 따위를 속속들이 들추어내다, 껍데기를 벌려 젖히고 속의 것을 드러나게 하다는 뜻으로 '까발기다'로 쓰면 안 된다.

전문 바둑 기사들은 바둑을 두고 나면 '복기'(復棋)를 둔다. 그들은 바둑돌을 놓는 순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돌 하나를 놓을 때마다 그 돌이 바둑판에 미치는 의미를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놓은 돌을 그대로 다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삶의 시간도 무의미하게 보내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된다. 한순간 한순간 바둑돌을 올려놓듯 말과 행동이 삶과 이웃에 어떤 영향과 의미를 주는지를 생각하고 살면 우리도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

살아오면서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를 구슬리고 약점을 까발리지는 않았는지 한번쯤 되돌아보자. 누구라도 내게 다가올 수 있도록 가끔은 어수룩한 모습을 보인다면 인간미가 넘치지 않겠는가.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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