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미술] 제라르 다비드 작-캄비세스 왕의 재판

제라르 다비드 작-캄비세스 왕의 재판

네덜란드 초기 르네상스를 빛낸 화가 제라르 다비드(Gerard David, 1460~1523)가 1498년에 그린 '캄비세스 왕의 재판'은 중죄인을 산 채로 살가죽을 벗겨 가혹한 형벌로 다스리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기원 전 6세기, 고대 페르시아의 군왕으로 군림했던 캄비세스는 중죄인에게 살가죽을 벗겨 죽이는 가혹한 형벌로 악명을 남겼으나 특히 그 같은 형벌은 부정부패에 관한 한 후세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끔찍한 형벌을 당하고 있는 이 작품의 중죄인은 평결을 팔아먹은 부패한 재판관이기 때문이다. 캄비세스 왕은 평소 믿었던 재판관 시삼네스가 만인에게 평등한 법의 존엄을 무시한 채 돈을 받고 평결을 팔아먹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하여 부패한 법관과 관리들에게 일대 경종으로 삼게 하기 위해 가혹한 형벌을 내린 것이다.

이 작품은 제라르 다비드가 그의 고향인 브뤼헤시(市)의 의뢰를 받아 그린 것으로 시청사 '정의의 홀'에 걸어두고 모든 공직자들에게 부정'부패 근절의 교훈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작품과 유사한 '캄비세스 왕의 재판Ⅱ'를 보면 시삼네스의 벗겨진 살가죽이 의자에 깔려 있고 그 의자 위에 새로 임명된 아들이 앉아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한순간에 소름이 끼치는 느낌을 받는다.

처형된 아버지의 살가죽이 깔린 의자에 그 아들이 앉도록 재판관으로 임명한 것은 대물린 연좌(連坐)의 형벌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다시는 그런 부정·부패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군왕의 단호한 의지인지도 모른다.

이미애(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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