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만인에게 공평한 것이 시간이다.
부자건 빈자건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 1천440분, 8만6천400초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주어진 시간이 다르다면? 말 그대로 '시간이 돈'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커피 한잔에 4분, 버스요금은 2시간, 2개월의 시간으로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7일의 시간으로 팁을 준다. 스포츠카 재규어를 구입하는 데는 세금 제하고 59년….
영화 '인 타임'은 시간이 곧 돈이고, 권력이고, 삶의 척도이기도 한 기발한 상상력의 SF액션영화다.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잔여 시간 1년을 제공받는다. 이 시간으로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낸다. 하지만 시간을 다 써 '0'이 되는 순간,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죽도록 일해 시간을 벌거나, 빌리거나, 훔쳐야 한다.
주인공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은 빈민가에 살고 있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사는 날품팔이 인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로부터 시간의 비밀을 듣게 된다. 사람은 수천 년을 살 수 있으며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가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가 하루 사이에 두 배로 뛰어 사망자가 속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남자는 윌에게 100년의 시간을 주고, 자살하고 만다. 졸지에 살인 누명을 쓴 윌은 이 세계를 지키는 '타임키퍼' 리온(킬리언 머피)에게 쫓기며 시간은행의 회장 딸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인질로 삼아 전 세계를 통제하는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친다.
'인 타임'은 '가타카'를 연출한 앤드류 니콜 감독의 신작이다. 그의 작품은 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유전자에 의해 삶이 정해지는 미래사회('가타카'), 미디어의 허상에 놀아나는 대중('시몬'), 죽음을 파는 무기 밀매상('로드 오브 워') 등 그가 보여주는 프리즘은 간단치가 않다. 그가 각본을 쓴 '트루먼 쇼'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시간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포착했다. 시간의 소유에 따라 사회계층과 삶의 구역이 나뉘고, 가진 자의 횡포와 부익부 빈익빈 등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측면을 꼬집고 있다.
죽지 않기 위해 초과근무에 투잡까지 해야 하고, 그래도 살인적인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사망자가 속출하지만, 그 뒤에는 물가조작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흥청망청 시간을 사치하는 세력이 도사리고 있다.
국경은 시간의 빈부차에 따른 '타임 존'으로 대체되고, 시간을 훔쳐 살아가는 갱단이 활개를 치고, 시간의 집행자가 시간의 흐름을 통제한다. 빈민가 사람들은 호사스러운 부자들의 구역 '뉴 그리니치'를 꿈꾸지만 요원할 따름이다.
'인 타임'은 SF액션영화다. 그러나 시간을 돈으로 대체하면 우리의 현실을 보게 되는 묘한 현장감 가지고 있다. 문제의식과 상업영화의 '줄타기 명수' 앤드류 니콜 감독만의 장기다.
유전자 통제로 노화가 25살에 멈추는 바람에 엄마와 딸, 아버지와 아들이 비슷한 또래이거나, 시간의 소유에 따라 패션이 차이가 나는 설정들이 재미있다. 부자들은 느긋하게 단추를 채우는 패션이지만, 빈민가 사람들은 지퍼가 달린 옷을 입고 있다. 그래서 25살 외모를 가진 배우들이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스크린을 누비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러나 '인 타임'은 기발한 상상력에 비해 얼개들이 정교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납치된 실비아가 순식간에 호화로운 삶을 포기하고, 주인공의 분투에 비해 악의 축이 허약하고, 목숨보다 소중한 시간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손에 땀을 쥐어야 할 결정적인 순간의 결정타가 약한 것도 단점이다. 27일 개봉. 상영시간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