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수요일의 작은 기적' 고맙습니다

매주 200여명 온정 보내…9년 누적 성금 42억 돌파

9년째 이어온 사랑의 릴레이 '이웃사랑'이 올해도 독자들의 도움으로 매주 수요일 사랑의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수백만원부터 1천원까지 액수는 달라도 어려운 이웃을 보듬는 기부자들의 마음은 같았습니다. 독자와 시민들의 사랑으로 병상에 누워 있던 많은 분들이 건강을 회복했고, 또 삶의 희망을 얻었습니다.

◆'따뜻한 기적'성금 40억원 돌파

대구경북 경제는 꽁꽁 얼어 붙었지만 독자들의 마음속 온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매주 200명이 넘는 독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이 올해 4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작년 9월 30억원을 넘어섰고 1년만인 올해 9월 40억원의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이달 29일까지 모인 누적 성금은 42억140만7천528원입니다.

이웃사랑 기부자들은 '마음이 부자'인 사람들이었습니다. 신문사로 성금 10만원이 담긴 편지를 보낸 70대 독자는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그는 파지를 팔아 모은 돈 10만원을 이남규(가명'48'9월 20일자 보도) 씨의 아들 정훈(가명'17) 군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가 보낸 편지에는 "급식비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 눈칫밥을 먹는 정훈이를 보니 굶고 살았던 옛날 생각이 났다. 작은 돈이지만 손자 같은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들도 이웃사랑에 정성을 보탰습니다. 성심유치원 어린이들은 11월 한 달 동안 부모님이 준 용돈을 쓰지 않고 모은 돈 140여만원을 들고 신문사로 찾아왔습니다. 유치원생 130명은 '가난해서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 겨울철에 입을 옷이 없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정성을 모았다고 했습니다.

◆희망을 찾은 사람들

독자들의 사랑은 수혜자들의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언청이'라고 부르는 구순구개열 장애를 갖고 있는 지희(가명'6'3월 9일자 보도) 양을 기억하시나요. '코 없는 아이'라며 친구들에게 놀림 받았던 지희는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대구의 한 성형외과가 코 수술비 전액을 지원해 경북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지희의 코에는 이제 '뼈'가 생겼습니다.

엄마 남미현((가명'33) 씨는 "우리 가족에게 과분한 도움을 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2년 뒤 지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그때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습니다.

비인두암 4기 환자 김미현(가명'여'37'6월 22일자 보도) 씨도 건강을 조금씩 회복 중입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채업자와 병마 때문에 세상과 인연을 끊으려 했지만 그 무렵 이웃사랑을 만났습니다. "방사선 치료가 많이 힘들어도 이웃사랑에서 받았던 도움을 생각하며 참고 있어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저를 도와주셨는데 쉽게 포기할 수 있나요."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당뇨 합병증과 마음의 병을 동시에 얻은 해진(海眞'36'1월 5일자 보도) 스님도 많이 회복됐습니다. 스님은 올해 2월 팔공산 한 사찰로 들어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으며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 치료를 받으며 병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어머니 홍정자(59) 씨는 "모래알처럼 흩어졌던 가족들도 요즘엔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고 아시는 분들이 사찰을 찾아 주셔서 힘을 주시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가슴 아픈 소식도 있습니다. 폐암을 앓던 박익순(가명'여'69'11월 2일자 보도) 씨는 지난달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폐암 환자 민성이(가명'17'4월 20일자 보도)는 이달 13일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등졌습니다. 엄마 김지영(가명'41) 씨는 "베풀어 주신 성원에 비해 우리 아들이 너무 일찍 떠나가서 죄송하다"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