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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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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관중과 포숙, 문경지교(刎頸之交)의 인상여와 염파, 지음(知音) 혹은 백아절현(伯牙絶絃)의 백아와 종자기, 조선시대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의 우정이 담긴 일화는 언제나 부럽고,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조금 뜻은 다르지만 진시황을 암살하려는 형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을 바친 번어기에 이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들의 우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바탕에는 상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함께 의(義)가 깔려 있다. 포숙은 우정은 물론, 나라를 위해 관중이 꼭 필요함을 알고 있었기에 늘 관중을 위해 양보하고, 발벗고 나설 수 있었다. 나중에 관중은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生我者父母 知我者鮑子也)이라는 말을 남겼다. 문신인 인상여도 명장인 염파와의 불화가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자신을 거듭 낮춰 염파와 문경지교를 맺었다.

최근,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작사가 팀 라이스가 40년 만에 완전히 갈라섰다는 뉴스가 있었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겠지만 뮤지컬 '캐츠'와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자가 웨버이다. 웨버와 라이스는 20대에 만나 몇 번의 잠깐 헤어짐은 있었지만 뮤지컬 '에비타'와 록음악 팬에게는 잊을 수 없는 록 오페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함께 만든 최고의 뮤지컬 작곡-작사 콤비이다. 결별 이유는 1972년 첫 공연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40주년 공연을 앞두고 주인공 캐스팅 방법 때문에 심한 이견을 보인 때문이라고 한다. 비틀스 해산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의 불화, 최고의 팝 엔터테이너였던 엘튼 존과 버니 토핀의 결별 이유처럼 이들도 음악적 견해차가 40년 우정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든 것이다.

사실 인간관계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은 없다. 더구나 요즘처럼 물질문명이 세상을 지배하고,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세상에서 우정은 쉽게 지킬 수 없는 허깨비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돌아설 수밖에 없는 이들의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우정이든 사랑이든 상대를 존중하고, 다툼이 있을 때는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지난 수십 년의 세월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허망하게 돌려세우기에는 남은 삶이 너무 짧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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