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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누구나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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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육로로 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보통 사람에게는 아직까지 희망사항일 뿐인 '까보 다 로까'(Cabo da Roca'포르투갈)라는 곳이 있다.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끝인 곳으로, 그 절벽에 서서 대서양을 바라보는 느낌은 뉴욕이나 보스턴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는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로까 곶(cape)을 보고 난 뒤, 리스본의 거리를 걷다가 오래된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곳을 재미있게 구경하며 지나가는데, 승복 두루마기를 입고 다녔더니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독특한 가게 몇 곳을 들어가서 구경을 하였는데 그 거리를 빠져나온 다음에야 뭔가 다른 느낌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바로 종업원의 나이였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상점은 나이 든 사람을 종업원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주인과 손님 모두 젊고 아름다운, 또는 멋진 종업원이 싹싹하게 응대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상한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리스본의 상점에서 나이 든 사람들이 아주 멋진, 몸에 밴 매너로 손님을 응대하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고객 응대와 물건을 고르는 데 필요한 조언이 쇼핑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최신 유행을 추구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고객이 모두 젊고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의 현실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굉장히 한정적이라고 알고 있다. 그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고 알고 있다. 노령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나이 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자리, 또는 소일거리가 만들어져야 건전한 사회가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의 공공도서관에 가보면 백발의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돋보기를 끼고 책이나 컴퓨터를 톺아보면서 메모를 하거나 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 행동들이 어떠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든 나이 든 사람들이 소일을 할 수 있는 건전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러운 일이다. 마을노인 회관에서 70대 초반은 어린 사람에 속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이야기이다. 아직 체력과 일에 대한 의욕이 남아있는 사람들을 수용할 건전한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

누구나 늙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이다. 그리고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도 생기고, 헐떡이는 욕망을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되는 것은 연륜에 의한 긍정적인 변화이다. 그들의 연륜과 경험들을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일에 지금보다 더 많은 논의와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대연 스님 인오선원 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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